인사(人事)를 다루는 글에서 흔히 쓰는 말이 좌천(左遷)이다. 낮은 관직이나 지위로 떨어지거나 외직으로 전근됨을 뜻한다. 예전 중국에서 오른쪽을 숭상하고 왼쪽을 멸시하던 데서 유래했다는 게 사전의 설명이다. 존우비좌(尊右卑左). 왼쪽으로 옮긴다는 뜻의 좌천이 낮은 관직이나 지위로 떨어지거나 외직으로 전근됨을 이르는 말이라는 게 이해가 간다. 더는 용인되기 어려운 존우비좌 의식은 과거 여러 말에 흔적을 남겼다. 첩이 낳은 자식인 서출(庶出)을 좌족(左族)이라 하고 사악한 도리를 뜻하는 사도(邪道)를 좌도(左道)라고도 했다 하니 말 다 했다.

좌천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이 원리를 따른다면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낮아야 하지 않나. 한데, 그렇지 않다. 좌, 우의정은 존우비좌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은 말임이 분명하다. 좌의정은 조선 시대 의정부에 속하여 백관(百官)을 통솔하고 정치와 외교 등의 일을 맡아보던 벼슬이다. 품계는 정일품이며 삼정승(三政丞)의 하나로 우의정의 위, 영의정의 아래이다. 좌, 우의정 명명은 음양론과 관계가 깊다. 남쪽을 바라보고 앉은 임금을 떠올리자. 임금 기준으로 왼쪽은 해가 뜨는 동쪽으로 양일 수밖에 없다. 오른쪽은 서쪽이며 음이다. 동쪽이며 양에 해당하는 왼의정이 서쪽이며 음인 오른의정보다 높은 직위임을 알겠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백우진, 『단어의 사연들』, ㈜웨일북, 2019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YES24) - 좌천 좌도 좌족에 대한 벽초 홍명희의 해설 재인용

2. 박수밀, 『한자의 쓸모』, 여름의서재, 2024, pp. 154-155. 좌, 우의정 관련 음양론 설명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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