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화)

    [사설] AI법 세계 첫 시행, 산업활성화 보다 규제 앞설까 걱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내년 1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하며,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법규 시행 국가가 될 전망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달 22일까지 시행령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22일 AI 기본법을 시행한다. AI법을 만든 것은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지만, EU가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 상당 부분을 내년 8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AI 관련 법규를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AI 선도국은 물론 유럽 마저 자국 산업 진작을 위해 법 시행을 유예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과속하는 것이 꼴이 될까 우려스럽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인 ‘AI 법’의 핵심 조항 적용을 연기하고,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건강과 안전, 기본권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AI를 사용할 때 EU의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시기도 당초 내년 8월에서 2027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EU 회원국과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규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EU가 속도 조절에 나선 반면 한국에서는 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AI 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법 시행에 대응하기에는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101개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98%는 AI 기본법과 관련한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성·안전성 인증제, 데이터셋 투명성 확보 요구, 고위험 AI 지정 및 등록·검증 의무, 생성형 AI 산출물 표시 의무 등을 제약이 되는 조항으로 꼽았다.

    AI로 영상물을 합성·편집하는 딥페이크 범죄가 세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AI 생성물에 대한 워터마크 표시 의무화 등 적절한 규제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I 생성물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콘텐츠창작 업계가 위축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권 보호와 기술진흥 사이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이 AI 기본법에서 과태료 부과, 정부의 사실 조사권 등을 강제한 우리나라와 달리 업계 자율 규제를 기본 방침으로 단계적 이행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제가 너무 강하면 굳이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서비스할 유인이 커진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규제가 AI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