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국 연천군 부군수 |
정부가 추진하는 기회발전특구는 지역 주도성을 넓히고 기업과 사람이 스스로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시장 친화형 균형발전 정책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기회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는 단순한 원리가 핵심이다. 기회발전특구를 뒷받침하는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은 이전 정부 인수위 110대 국정과제를 승계해 당초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분권특별법을 통합한 것이다. 2022년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안이 마련됐고 2023년 국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초기에 이 법은 기회발전특구 신청·지정 대상으로 '비수도권'으로 한정했다. 수도권 접경과 인구감소 지역에는 기회조차 열리지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연천군을 비롯한 접경 시군은 특구 신청 자격조차 얻지 못할 처지였다. 이에 연천·강화·옹진 등 4개 시군 단체장과 의원들은 2022년 말 기자회견을 열어 접경지역의 열악한 현실을 호소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위원들과 직접 만나 지역이 겪는 규제 중첩의 불합리성을 설명하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국회는 수도권 접경·인구감소지역에도 특구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다. 연천군이 제도권 안으로 간신히 들어온 순간이었다.
이러한 변화가 접경지역에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그동안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같은 국가 균형발전 사업에서 번번이 제외됐던 벽을 처음 넘어섰다는 점이다. 인천, 경기, 강원에 걸친 접경지대 전체가 제도적 기회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사실도 크다. 행정구역상 수도권이지만 실제로는 규제만 중첩되고 발전은 더딘 이 지역에 처음으로 제도적 숨통이 트인 것이다. 수도권이라고 모두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접경지역은 군사·환경·개발 규제가 겹겹이 얽혀 있어 기업 유치와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이 쉽지 않고,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며 고령화가 가속하는 등 구조적 어려움이 누적돼왔다.
'수도권이니 알아서 발전하라'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지역소멸을 부추길 뿐이다.
연천군은 경기도와 협력해 사업계획을 미리 준비하고 연천BIX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업화지원센터 건립, 앵커기업 유치, 기업 규제 개선 등을 병행하며 제도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제도적 문이 열리는 즉시 달릴 준비를 마치겠다는 의지다. 연천군의 기회발전특구는 단순히 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정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이는 낙후된 수도권 접경지역 전체가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기점이며, 지역소멸을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 정책수단이다.
[류호국 연천군 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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