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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사설] ‘글로벌 기업 CEO’라며 국회 불출석한 김범석의 오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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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2021년 3월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제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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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이 다른 비즈니스 일정 때문에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14일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7일 쿠팡의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다루는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초대형 사고가 터졌는데도 실질적 경영자인 김 의장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는 김 의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기 바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공개한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김 의장은 “전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함을 양해”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 상장돼 있는 쿠팡아이엔씨의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한국에서 이뤄진다.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 출석해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지금 현재 쿠팡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뭐란 말인가. 그런데도 ‘비즈니스 일정’을 불출석 사유로 내민 것은 오만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단 소나기를 피해보자는 속셈이라면 사태를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누적된 문제들이 터진 것으로 소비자 신뢰에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사업 방식과 인사 관리가 미국식 ‘정글 자본주의’의 첨병처럼 냉혹하기 그지없다. 미 자본시장에서 확보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량 작전’을 펴 단시일에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했다. 빠른 배송과 최저가를 무기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였지만 초고속 성장 이면엔 판매자·납품업체·노동자 등 쥐어짜기가 있었다. 올해 택배기사, 물류센터 직원 등 8명의 노동자가 숨진 사건이 이를 상징한다.



    국내 대기업 집단은 이런 유의 사건이 터지면 총수가 전면에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는다.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 빅테크 기업들도 대형 사고가 터지면 실질적 최고경영자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성실히 답변한다. 그런데 김 의장은 돈은 한국에서 벌면서도 미국 법인을 통해 지배한다는 애매한 법적 지위를 이용해 국회의 정당한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김 의장은 공정거래법상 ‘총수’(동일인) 지정도 면제받고 있는데, 이런 지경이라면 이런 구멍을 악용하는 기업인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기업인들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하루빨리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피해 구제 수단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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