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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어쩌면 '또' 해피엔딩 베팅? K뮤지컬 예산 8배, 기초예술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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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체부, 내년 뮤지컬 지원에 244억 배정 '올해 8배'
    연극은 기존 사업 위주 9% 증액, 국립단체는 그대로
    "토니상 수상에 산업성과 우선시… 기초예술 뒷전"


    한국일보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버전 '메이비 해피엔딩'의 남녀 주인공 대런 크리스(왼쪽)와 헬렌 셴이 6월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공연의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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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예산 규모를 전년 대비 11.2% 늘린 7조8,555억 원으로 확정하며 K컬처 세계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중 문화예술 부문 총예산 2조6,654억 원 가운데 'K뮤지컬 지원' 예산이 올해 31억 원에서 내년 244억 원으로 8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뮤지컬계는 반색하고 있지만 순수예술을 외면한 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장르에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K뮤지컬 지원 예산은 창작 지원과 해외 진출에 집중될 예정이다. 예산 244억 원 가운데 160억 원은 대형 창작 뮤지컬을 개발하는 신규 사업에 투입된다. 당초 트라이아웃(시범 공연) 중심의 극장 대관 지원으로 기획됐던 사업이 현장 의견을 반영해 연습이 가능한 복합공간 제공과 개발 지원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는 것. 세부 내용은 내년 2월까지 확정해 공모 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지원 예산도 확대됐다. 완성작을 지원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페스티벌 출품이나 현지 극장과 협업한 시범 공연 등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구조로 사업이 확장됐다.

    연극 분야도 내년 예산이 전년 대비 9%가량 증가했지만 기존 사업 유지 성격이 강하다. 대규모 개발·해외 진출 지원이 포함된 뮤지컬 예산 증액과는 정책적 성격과 무게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연계 관계자는 "연극 지원 예산에는 예술 복지나 향유자 사업 등이 포함돼 있어 창작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증액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명확하게 창작 개발을 목표로 한 뮤지컬 지원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이 전속단체인 국립극장과 국립극단 등 일부 국립단체의 예산은 지난해 수준으로 확정됐다. 장르 구분 없이 진행하는 공연 유통 사업인 '신나는 예술여행'은 지난 정부 때 폐지된 후 복원되지 않아 문화 취약층의 예술 향유 기회가 줄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뮤지컬 지원, 지속 가능 생태계 만드는 데 쓰여야"



    한국일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12일 내년 K뮤지컬 지원 사업 예산 집행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내년 예산 편성을 두고 "가장 더디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기초예술 분야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공연 기획자는 "기초예술 생태계는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지원이 없으면 회복이 어렵다"며 "나중에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했다간 현장이 무너지는 걸 막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체부는 뮤지컬 예산 증액이 다른 장르 예산을 줄여서 마련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뮤지컬 예산은 공연법상 독립 장르로 인정받게 된 2022년부터 30억 원 수준을 유지해 왔다"며 "내년은 한국 창작 뮤지컬 역사 60년을 맞는 해로,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토니상 수상을 계기로 재정 당국이 뮤지컬 분야 육성의 정책적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대폭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 예산이 기초예술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산업적 성과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뮤지컬 예산이 어떤 기준과 전략 아래 집행될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단기 흥행을 지원하기보다는 뮤지컬 인프라와 인력 양성 등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공공 지원이 설계돼야 한다"며 "예산이 끊겨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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