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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차세현의 글로벌 이슈 진단] 마두로 축출…‘중남미는 내 땅’, 트럼프 새 안보전략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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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차세현 논설위원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2013년 반미 포퓰리스트인 우고 차베스 사망에 따른 권력 승계 12년 만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은 최신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을 포함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카리브 해에 배치했다. 마약 운반 혐의를 받는 선박 폭격에 이어, 베네수엘라발 유조선을 압류하는 등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마약과 원유 판매를 차단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작전을 승인했다. 마두로 대통령 등 요인 암살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 차단 목적

    쿠바 위기 후 최대 군사력 배치

    군사 압박 통한 정권교체 시도

    전문가, 마두로 이후 내전 우려

    중앙일보

    지난 10일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스키퍼호를 나포했다. 사진은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엑스(X)에 공개한 나포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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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공개된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12일엔 “이제 우리는 지상에서 시작한다”며 핵심 시설 공습과 지상군 투입까지 경고했다. 이와는 별개로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식 참석을 위한 노르웨이 행을 적극 지원하면서 정권 교체 수순을 밟는 듯하다. 차베스의 나라 베네수엘라는 지금 시계 제로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 베네수엘라 원유 80% 수입

    이번 움직임은 트럼프 1기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다. 당시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와 광업 분야에 징벌적 경제 제재를 가했는데, 마두로 정권은 살아남았다.

    최근 트럼프 2기는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신고립주의 노선을 공식화한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전략 보고서는 “미국은 비(非)서반구 경쟁국들이 (미국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미래의 전략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반구’를 침투하는 것을 허용하는 전략적 실수를 했다”며 “적대적 외부세력의 영향력을 축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서반구 경쟁국’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가 표면적으로 마약 카르텔 타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의 영향력 차단이 이번 사태의 핵심 동인 중 하나란 의미다.

    실제 중국은 그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남미 곳곳에서 세력을 확장해왔고, 파나마, 쿠바와 함께 미국의 턱밑에 있는 베네수엘라에도 원조, 차관 제공, 투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왔다. 베네수엘라 원유의 80%를 수입하는 중국은 지난 10일 중남미·카리브해 국가와의 관계 개선 로드맵을 담은 ‘전략 문서’를 2008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1기 때 베네수엘라 특사를 지낸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마두로를 그대로 두는 것은 그와 중국, 쿠바, 이란,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며 군사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이브럼스는 트럼프 1기 당시 이란의 미사일·드론 이전 시도, 쿠바에 대한 무상 석유 지원, 중국산 무기 수입 등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사임 후 망명”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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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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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상당수 국민이 마두로 정권의 조속한 종식을 지지한다는 점도 미국의 개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서 국민은 야권 후보를 지지했으나, 마두로는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사살하고 수천 명을 투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내년엔 거의 70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월 최저임금이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80%가 빈곤층이다. 공공 부문 종사자들도 한 달 급여가 월 생계비의 5분의 1인 100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 동안 약 800만 명이 생계유지를 위해 나라를 떠났다.

    현재까지 미국은 마두로의 대통령직 사임과 망명, 이후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압박은 이를 위한 수단이란 것이다. 실제 지난달 말 마두로와 통화한 트럼프는 ‘즉각 사임과 망명’이란 최후통첩을 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에 마두로는 자신과 측근들이 세계 어디에서도 처벌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글로벌 사면’과 군부 통제권을 주장했지만. 미측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고 한다. 궁지에 몰린 마두로는 지난 1일 지지자들에게 “차베스 사령관 앞에서 맹세한 것처럼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결코, 결코,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버티고 있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강경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파병 장기화와 베네수엘라 재건을 위한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로드리게스는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한 후 협상에 나선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가 압박 후 협상 전략을 쓸 것으로 봤다.

    노벨상 마차도, “질서 있는 전환 집중”

    이런 가운데 마두로 축출 이후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필 건슨 국제위기그룹 수석분석가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마두로 퇴진을 원하지만 현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하는 것이 곧 민주주의 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위험하다”며 “베네수엘라는 장기적인 저강도 전쟁에 적합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두로의 권력기반인 군부, 마두로와 공존했던 콜롬비아 민족해방군(NLAA) 등 베네수엘라 내 무장단체, 정치인과 유착한 민간 폭력조직 등의 봉기로 인한 내전 발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 지도자 마차도는 최근 오슬로에서 “협상이든 아니든, 마두로는 결국 권좌를 떠나게 될 것”이라며 “질서 있고 평화로운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처럼 내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 “베네수엘라는 종교, 인종, 지역, 사회적인 분열이 없는 잘 짜인 사회”라며 “권력 이행이 시작되면 군대와 경찰은 국민이 선출한 민간 정부에 복종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반박했다.

    차세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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