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사진: YIC일렉트로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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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차세대 패키징 소재로 주목받던 유리기판 시장이 마침내 개화를 앞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그룹에 따르면 유리기판을 활용한 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6년부터 연평균 50% 이상 성장하며 2030년까지 83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실리콘 대비 열팽창이 적고 신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고성능 AI칩 구현에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유리기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AI칩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결하는 인터포저 소재로 유리가 각광받고 있다. 현재 실리콘으로 만드는 인터포저는 비용이 높고 대면적 구현이 어렵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시장 규모나 전망보다는 공급망의 배타성에 쏠려 있다. 파운드리 1위 TSMC가 자국 기판업체 유니마이크론과 손잡고 구축 중인 생태계가 외부 진입을 원천 차단해 자체 요새를 구축 중이다.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TSMC는 유니마이크론과 초기 R&D 단계부터 스펙을 공유하며 차세대 FOPLP(팬아웃 패널레벨 패키지)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 기술 표준 자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수준이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TSMC는 대만 타오위안에 FOPLP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7년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1세대 제품은 300x300mm 크기의 정사각형 유리 패널을 사용할 예정이다. 기존 원형 웨이퍼 대비 면적 활용도를 40% 이상 높일 수 있어 생산성 혁신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런 대만 진영의 수직계열화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본 소재 강자들과 손잡고 대만의 기술 장벽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한일 기술 동맹으로 대만 봉쇄 돌파"
대만 진영이 TSMC를 정점으로 한 폐쇄적 수직계열화로 유리기판 생태계를 잠그는 동안, 삼성전자는 일본 소재·장비 기업들과 손잡고 개방형 연합전선을 구축해 포위망 뚫기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유리 인터포저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일본 소부장 기업들과의 'J-라인(Japan Line)'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핵심 파트너는 레조낙(구 쇼와덴코)과 DNP(대일본인쇄), AGC 등이다. 니케이아시아는 "반도체 전공정 미세화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패키징 소재 시장을 40% 이상 점유한 일본 기업들이 삼성과 TSMC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다"며 "삼성은 일본의 소재 기술을 수혈받아 수율 안정화를 꾀하는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레조낙은 유리기판 내구성을 높이는 차세대 필름 소재에서, DNP는 유리에 미세 구멍을 뚫는 TGV(Through Glass Via) 공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 AG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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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즈는 AGC 스즈키 노부유키 사장의 발언을 인용해 "유리는 실리콘보다 평평하고 열에 강해 데이터센터용 칩의 필수 소재가 될 것"이라며 일본 유리 가공 기술과 한국 반도체 제조력의 결합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의 차별화 전략은 대면적 양산 노하우에서 나온다. 둥근 웨이퍼 기반 공정에 익숙한 TSMC와 달리 삼성은 이미 사각형 패널(PLP) 양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00x100mm 이하 소형 유리로 프로토타입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TSMC가 300mm 대형 패널로 시작하는 것과 다른 접근법이다.
삼성전기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세종사업장에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해 2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내 미국 빅테크 기업 2~3곳에 샘플을 공급할 계획이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기는 유리기판이 기존 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40%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각각 유리 인터포저와 유리 코어기판 영역에서 협력하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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