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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인문학 강의 수료’ 노숙인 출신들이 운영하는 한식당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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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인근에 ‘정담’ 개점

    조선일보

    1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식당 '정담' 직원들이 음식을 테이블로 서빙하고 있다. 정담은 서울역 노숙자 출신 5명이 꾸려가는 식당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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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이 많이 사는 서울역 앞에 노숙인 출신 5명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생겼다. 식당 이름은 ‘정담(情談)’. 정겹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정담에서 개업식이 열렸다. 40·50대 5명이 부지런히 요리를 하고 손님을 맞았다. 메뉴는 제육볶음, 김치찌개, 닭볶음탕 등이다. ‘집밥’이 콘셉트다.

    이날은 미역국을 끓였다. 점장 한상규(56)씨는 “우리에게 오늘은 노숙 인생을 마치고 다시 태어나는 생일 같은 날”이라며 “특별히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다”고 했다. 성모(49)씨는 28년간 서울역 노숙 생활을 끝내고 이날부터 식당에서 반찬을 만든다. 성씨는 “전북 정읍 출신이라 반찬 하나는 자신 있다”며 장조림과 감자볶음을 내왔다.

    이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교육 프로그램인 ‘희망의 인문학’ 동문(同門)이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노숙인을 대상으로 역사, 문학, 철학 등을 교육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올해까지 7200명이 수료했다.

    한상규씨는 “군인, 자동차 딜러 등을 전전하다 실직해 노숙인 신세가 됐다”며 “인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서울시가 재기 의지가 강한 이들 5명을 뽑아 창업 교육을 했다. 유명 셰프와 국숫집 사장을 섭외해 요리법도 가르쳤다. 신한은행은 창업 자금 1억원을 후원했다.

    그렇게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들이 운영하는 1호 가게, 정담이 탄생했다.

    이날 정담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숙인 분들의 새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며 “반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다. 솜씨가 대단하다”고 했다.

    서빙을 맡은 전모(45)씨는 “식당이 잘 돼 시골에 두고 온 가족과 같이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서울역 근처에 카페도 내 노숙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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