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內 학교 200m 이내에 41곳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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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의 한 고등학교는 좁은 도로 바로 건너편에 2만3100㎡(약 7000평) 면적의 택배 회사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학교 앞으로 대형 택배 차량이 수시로 지나다닌다. 물류센터와 한쪽 벽을 맞댄 곳에는 중학교가 있고, 인근에는 300~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들이 인접해 있다. 한 주민은 “큰 화물차가 자주 다니고 트럭 소리가 아침 일찍부터 들린다”고 말했다.
이 물류센터는 학교로부터 200m 이내를 뜻하는 ‘교육 환경 보호 구역’ 내에 있는 경기도 전역 41곳 물류센터 중 한 곳이다.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을 하기 위한 곳으로, 쿠팡 등 유통 업체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등 택배 회사가 운영한다.
‘로켓배송’ ‘새벽배송’이 일상이 된 시대, 물류 효율을 좇는 기업과 주거 환경을 지키려는 주민 간의 충돌이 임계점을 넘고 있다. 수도권 물류센터의 공실률이 치솟는 공급 과잉 상황인데도 주거지 인근으로 파고드는 물류센터는 늘어나는 탓에 갈등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입지 관련 규제가 거의 없어 아파트 단지 바로 앞이나 학교 교문 앞에 들어서는 경우가 늘면서, 동탄과 평택 등 대형 물류 시설이 들어서기로 예정된 지역에서는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방치할 수 없게 된 경기도가 칼을 빼 들면서, 물류 업계의 입지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래픽=이진영 |
◇과잉 공급인데도 계속 생겨
13일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수도권 물류센터 총면적은 2021년 약 1600만㎡에서 2024년 3000만㎡로 3년 새 1.8배 폭증했다. 단기간 내 공급이 쏟아지며 신선 식품을 보관하는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42%, 상온 센터도 17%에 달한다. 통계만 보면 명백한 ‘공급 과잉’이다.
그러나 유통 기업들은 멈추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입지의 역설’로 설명한다. 경기 외곽의 물류센터는 텅텅 비어 있지만,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남부(용인·동탄·평택 등)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쟁하는 새벽·당일 배송의 핵심은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줄이는 것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김수경 팀장은 “물류센터는 임차료보다 운송비 절감이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돈을 더 주더라도 서울과 가깝고 교통이 좋은 주거 밀집 지역 인근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인허가 현황만 보면 이미 물류센터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나타나는데도 신규 센터가 계속 생기는 이유다.
◇물류센터, 학교서 400m 떨어져야
난개발과 주민 민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기도는 ‘거리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최근 시행된 경기도 조례안에 따르면, 앞으로 학교, 주택,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반경 400m 이내에는 물류센터를 지을 수 없다. 건물의 높이는 40m, 길이는 150m 이하로 제한해 위압감을 줄이고 일조권을 확보하도록 했다.
김동영 경기도의원은 “그간 시군별로 허가 기준이 제각각이라 아파트 코앞에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이번 조례를 통해 무분별한 난립을 막고 주거 환경을 보호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도심 인근의 신규 부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배송 속도 경쟁에 제동이 걸리거나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차료 부담 때문에 원래 서울에 있던 물류센터도 경기도나 인천 등 인근 지역으로 옮기는 추세”라며 “서울과 가까운 물류센터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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