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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뽀글이 파마’ 전국 확산 일등 공신… 年 100만개씩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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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 장수 기업] K스타일 알리는 ‘일진코스메틱’

    조선일보

    지난 8일 경기 시흥시 일진코스메틱에서 유승우 대표가 웨이브 로션 제품을 들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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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열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넷플릭스 애니메이션)에도 종종 등장하는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한국 중년 여성의 아이콘이 된 이 헤어스타일의 탄생 배경에는 뚝심 있는 중소기업의 63년 혁신 역사가 버티고 있다.

    국내 미용 산업의 역사를 써온 일진코스메틱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뽑는 ‘2025년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일진코스메틱은 1976년 출시한 파마약 ‘케론-시스테인’으로 전국에 파마 열풍을 일으켰고, 이제는 대형 뷰티 브랜드의 제품을 도맡아 생산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강자로 거듭났다. 경기 시흥시 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만난 유승우 일진코스메틱 대표는 “컬은 선명하게, 머릿결은 건강하게 지키는 기술력이 약 40년간 전국의 여성을 사로잡은 비결”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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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장수기업 로고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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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개미 펌’을 ‘국민 파마’로

    동백기름이나 보따리상이 팔던 미제 화장품이 전부였던 1962년 일진화학공업사를 세운 고(故) 유동진 창업주는 “지금은 먹고살기 힘들지만 자신을 가꾸려는 여성은 늘어날 것”이라며 파마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숯으로 열을 가해 머리를 말던 당시엔 조악한 약제 탓에 머리가 타거나 빨갛게 물들어 ‘불개미 펌’으로 불리기도 했다. 유 창업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져 찾은 외국 서적을 탐독하고 외국 제품을 들여와 10여 년을 연구한 끝에 모발 단백질 성분인 ‘시스테인’을 찾아냈다. 아들인 유 대표는 “부친은 시제품 테스트를 위해 서울 미장원들에서 머리카락을 모으다 못해 어린 누나의 머리카락까지 잘라다 쓸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런 노력 끝에 1976년 출시한 ‘케론-시스테인’은 혁명이었다. 머릿결 손상 없이 컬이 오래 유지된다는 입소문이 나며 전국 미장원에 팔려나갔다. 이름을 모방한 상품이 쏟아져, 제품 상자에 ‘유사품에 주의해달라’는 문구가 삽입되기도 했다. 1996년엔 1100만개가 팔리며 인기 정점을 찍었고, 내년 출시 50년을 앞둔 지금도 연간 100만개씩 팔린다. 누적 판매 2억개 돌파도 눈앞이다. 유 대표는 “파마 손님이 늘고 파마 가격도 저렴해지고 미장원이 사랑방 역할을 하는 풍경이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日 미용사가 배우러 오는 기업

    일진코스메틱은 안주하지 않았다. 스킨케어로 사업을 확장하고 1999년 회사명을 지금 이름으로 바꿨다. 2004년 취임한 2세 경영인 유 대표는 올리브영과 이커머스의 부상을 포착하고, 헤어 제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콜마, 코스맥스가 양분하던 OEM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윤채’, 애경의 ‘케라시스’ 염색약, 남성용 헤어 스타일링 브랜드 ‘다슈’ 등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들이 협업 파트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 인기 브랜드들과 손잡고 스킨·바디 제품으로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5년 100억원 미만이던 매출은 올해 400억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과거 한국 미용사들이 유학했던 일본에서, 이젠 젊은 미용사들이 한국의 펌 기술을 배우러 일진코스메틱을 찾는다. 일본 헤어 살롱 ‘아리미노사’는 올해에만 헤어디자이너 250명을 한국에 파견했다. 유 대표는 “2026년을 해외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아, 중국, 동남아 등 전 세계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흥=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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