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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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10살 어린이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119구급대가 여러 응급실에 전화를 돌린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담긴 소방 구급 기록이 공개됐다.
17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19구급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 부산 사하구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10살 ㄱ양이 수액 투여 중 발작을 일으켜 의식저하를 겪고 있다는 소아과 의사의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의사는 대형 병원으로의 전원을 요청했다.
오전 10시12분에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는 전원이 가능한 대형 병원을 찾기 위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10시16분 고신대병원, 18분 부산대 병원, 20분 동아대병원, 25분 부산백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고신대병원은 11분, 부산대병원은 3분, 동아대병원은 11분, 부산백병원은 7분 만에 ‘소아과 진료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구급대는 이후 2차 병원으로 확대해 전화를 돌렸다. 10시29분부터 연락하기 시작한 삼육부산병원, 해운대백병원, 부산성모병원, 좋은삼선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하다’거나 ‘소아과 진료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당시 119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신고내용 녹취록’에는 “저희가 ○○병원 싹 다 전화했는데 안 된다고 하고, △△이랑 그 근처에 전화했는데…”라는 구급대원의 다급한 발언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수용 가능하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온 건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지 30분 넘은 10시47분이다. 10시39분에 ‘확인 후 회신하겠다’고 했던 온종합병원에서 ‘소아과 수용이 가능하다’는 회신이 온 것이다. 구급대가 ㄱ양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한 건, 신고 52분 만인 10시52분이었다.
그러나 ㄱ양은 10시58분 심정지 상태에서 자발순환을 회복했으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ㄱ양 부모의 요청으로 11시37분 인근 대학병원인 부산백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산백병원은 ‘소아과 진료가 불가하다’고 답했던 병원 중 하나였다. 10곳 넘는 병원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최종 병원에 도착한 11시37분까지 97분이 걸린 셈이다. ㄱ양은 현재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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