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표현이 풍부하면서도 섬세해 띄어쓰기 하나에도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가 꽤 있다. ‘다되다’는 띄어쓰기로 의미가 정반대가 되는 재미있는 단어다. ‘다’가 ‘모두’를 의미하고, ‘되다’가 ‘이루어지다’를 뜻하니 ‘다되다’라고 하면 ‘모두 이루어지다’라는 의미를 나타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되다’는 ‘완전히 그르친 상태에 있다’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다. “이제 그 집안은 다된 집안이다” “도자기가 만드는 도중에 갈라져 좋은 작품은 다됐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모두 이루어지다’ ‘모두 완성하다’ 등의 의미로 쓰려면 ‘다’와 ‘되다’를 띄어 써야 한다. 따라서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엔 원하는 일이 다 되길 바랄게!”라고 해야 악담이 아닌 덕담이 된다.
이렇게 띄어쓰기 하나로 의미가 180도 바뀌는 이유는 ‘다’가 지닌 속성 때문이다. ‘다’는 ‘남거나 빠진 것 없이 모두’의 의미로도 쓰이지만, “내일이 시험이니 잠은 다 잤다”에서처럼 ‘실현할 수 없게 된 앞일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반어적으로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된다. 이런 ‘다’의 속성 때문에 ‘다 되다’와 ‘다되다’는 정반대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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