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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더부티크’가 그려낸 한 해… 2026년에는 더 빛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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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UTIQUE LETTER]

    조선일보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백화점 웨스트관에 새롭게 확장 이전한 에르메스의 새로운 매장 외관. 한국의 전통적인 단청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신경섭(Kyungsub Shin) 사진가·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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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이라는 숫자가 12와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습니다. 서양에선 보통 12를 ‘완전한 주기’라고 받아들인다지요. 1부터 12까지가 적힌 시계만 보아도 완벽한 ‘원’을 그리는데, 한 해를 돌아보면 왜 이렇게 비뚤빼뚤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앞만 보며 쉴 새 없이 질주했는데 말이지요. 소년 파이의 생존을 그린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 속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두려움에 잠식되면 말 없는 어둠이 계속된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언어의 빛을 계속 비춰줘야 한다.”

    고통의 시간도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 작품을 보고 나니, ‘언어라는 빛’이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밝힐 수 있게 손을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어둠의 끝에는 빛도 그 모습을 드러내겠죠. 2026년 새로운 시작을 열기에 앞서 2025년을 마무리하는 이번 ‘더부티크’는 지난 12개월을 뒤돌아보며, 어둠을 헤칠 수 있게 한 부티크 속 ‘빛’을 찾아보려 합니다.

    굵직굵직한 글로벌 CEO분들과 국내외 아티스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들은 프랑스 럭셔리 메종 에르메스의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과 베로니크 니샤니앙 맨즈 유니버스(남성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입니다. 지난 4월 한국에서 열린 2025 여름 남성복 컬렉션 ‘에르메스 보드워크’를 위해 방한했던 이들입니다.

    에르메스는 현지 아티스트와 협업 할때도 그저 ‘한국적’인 것을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한국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이전에 없던 창의성을 끌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지난 8월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관에서 웨스트관으로 확장 이전한 현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단청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매장 외관은 아노다이징(알루미늄 표면에 산화 피막 처리하는 것) 처리된 금속의 트롱프뢰유(trompe l’oeil·착시 효과) 기법이 사용된 스트라이프로 감쌌고, 프라이빗 룸에는 권중모 작가의 한지 조명을 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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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메스 갤러리아 백화점웨스트관 프라이빗 룸에는 권중모 작가의 한지 조명이 은은하게 밝힌다. /신경섭(Kyungsub Shin) 사진가·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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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방한 행사도 무척 많았습니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 메종 반클리프 아펠만 해도 대중을 상대로 한 굵직한 문화 행사가 여럿이었는데요. 우선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아티스트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와 지난 6월 서울 잠실에서 ‘스프링 이즈 블루밍’ 행사를 통해 한국에 활력에 생기를 더했습니다.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한 뒤 직접 만난 자리에서 그로부터 네잎클로버 느낌의 바람개비 조형물을 받게 됐는데, 이후 찾은 잠실 현장에서 ‘더부티크’ 신문을 들고 와서 글과 사진으로 만난 장면을 직접 눈에 담으며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독자분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반클리프 아펠과의 인연은 계속됐는데요.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협업해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페스티벌’의 세르쥬 로랑 ‘반클리프 아펠’ 댄스·문화 프로그램 디렉터를 직접 만났습니다. 보석 브랜드지만 무용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로 대중과 대화하려는 방식이 돋보였습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후원한 서울 리움미술관의 전시 ‘리미널’은 ‘더부티크’에서 새롭게 시도한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가장 촉망받는 현대 미술가 중 하나인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고스란히 지면으로 전달하는 작업이었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리움미술관과 2년 연속 파트너십을 맺으며 작가를 후원한다는 건 예술 그 이상의 협업이기도 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그 예술을 현실화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되새기며, ‘인트레치아토 50주년 캠페인’을 비롯해 이번 새롭게 선임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루이스 트로터의 2026년 여름 쇼까지 대성공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창립 250주년을 맞은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하우스 브레게의 그레고리 키슬링 CEO는 250주년을 맞아 글로벌 행사를 선보이는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택했습니다. 발명가이자 기계공학자, 아티스트이자 시대를 앞서간 사업가이며, 그 없이는 요즘의 고급 복잡 시계란 존재하기도 어려웠을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뜻을 이어받아 ‘움직이는 유산(Legacy in Motion)’이라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오메가에선 ‘나의 작은 비밀(My Little Secret)’이라는 캠페인으로 여성 시계를 선보이며 여성성을 재정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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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와 그루브 크로스바디 백 스몰 그린을 착용한 이미지. /리모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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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이제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그루브 컬렉션으로 디자인 DNA를 확장한 위그 보네-마장베르 리모와 CEO는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일반적인 한국에서는 ‘이동성’이 필수적이다. ‘목적의식 충만한 여행’을 장거리 여행 등만 아니라, 현대인의 삶을 이루는 모든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정의한다”며 생각의 전환과 확장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고, 태그호이어 코리아 한국지사 설립과 올해를 관통한 ‘디자인 투 윈(Designed To Win)’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인 앙투앙 팡 CEO와 시세이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CEO 니콜탄 등 다양한 CEO역시 ‘더부티크’와 세계의 창이 된 한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샤넬 앰버서더인 배우 박서준이 함께한 홍콩에서의 샤넬 J12 블루(BLEU) 이벤트 역시 궁극의 미학을 담았습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겠군요. 델핀 아르노, 세계적인 명품 그룹 LVMH(루이 비통 모엣 헤네시)를 이끄는 베르나르 아르노의 딸이자 디올 회장 겸 CEO를 맡고 있는 바로 그녀와 나눈 인터뷰입니다. 디올의 남·녀·오트 쿠튀르까지 맡으며 ‘원 디올’을 완성할 디올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선임과 7월까지 서울 DDP에서 선보인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 등 한국에 대한 애정과 디올을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의 리더십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메일로 나눈 것임에도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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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올의 델핀 아르노 회장 겸 CEO의 친필 카드. /디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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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 날아온 그녀의 자필 카드. 처음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 파이 이야기를 모두가 믿지 않았던 것처럼 저도 “정말?”하고 또 들여다보고, 다시 들여다볼 정도였지요. 그래서였을까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삶은 곧 이야기였습니다. ‘더부티크’는 더 많은 분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누기 위해 언어의 빛을 계속 비추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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