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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35년 만에 ‘천안문 진압 거부’ 中 사령관 재판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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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 내 부패 척결 와중에 공개돼

    법정서 “군사력 사용 동의 못 했다”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 당시 무력 진압 명령을 거부해 실형을 살았던 쉬친셴(徐勤先·2021년 사망) 전 중국 인민해방군 38군 사령관의 재판 영상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돌연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쉬 전 사령관이 1990년 비공개로 진행된 군사재판에서 진압 명령을 거부한 이유를 직접 진술하는 장면이 담긴 약 6시간 분량의 영상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에서 유튜브 접속이 차단돼 있음에도 해당 영상은 해외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조회 수 100만회를 훌쩍 넘겼다.

    조선일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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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에서 쉬 전 사령관은 재판관의 추궁에 “개인적으로 (무력 진압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가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또 동료들에게 “이 일을 잘 수행하면 영웅이 될 수 있고, 잘못 수행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쉬 전 사령관은 당시 약 1만5000명의 무장 병력을 베이징 시위 현장에 투입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는 정치적 수단으로 해결돼야 하며 군사력 사용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소신을 법정에서 밝혔다. 그의 명령 거부 이후 38군은 다른 지휘관의 통솔 아래 베이징 시내로 진입해 진압에 참여했다. 쉬 전 사령관은 이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2021년 85세로 사망했다.

    영상이 공개된 시점이 중국 내부에서 군부를 겨냥한 대규모 부패 척결 작업이 진행되고, 대만·일본·미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과 맞물려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최대의 정치적 금기인 천안문 사태를 군 내부 기록이라는 형태로 드러내며 중국 체제의 민낯을 국제사회에 환기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영상을 공개한 대만 거주 역사학자 우런화는 NYT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수집한 천안문 관련 자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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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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