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동지에 얽힌 속담이 적지 않은데요. ‘동지 때 개딸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마음을 일컫는 표현인데요. 요즘이야 비닐하우스 덕분에 사시사철 딸기를 맛볼 수 있지만, 옛날옛적 추운 겨울에 딸기 먹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겠죠. 더구나 개딸기는 산딸기처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런 개딸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거지만 동짓날 딸기가 있을 리 만무했겠죠.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동지가 지나고 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는 뜻인데요. 천문학적으로 보면 북반구의 태양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니까 그런 겁니다. 다만 그 변화 속도는 느립니다. 오죽하면 아주 짧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노루 꼬리’에 비유를 했겠어요. 동지가 지났다고 해서 겨울이 물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더 혹독한 추위는 동지 이후에 찾아옵니다. 눈과 바람, 매서운 기운은 한층 기승을 부릴 겁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낮이 가장 짧다는 것은, 이제 낮의 시간이 다시 차오를 차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동지는 끝인 동시에 시작입니다. 시간의 궤적 위에서 끝과 시작은 늘 맞닿아 있습니다.
밤의 정점이자 한겨울을 관통하는 이 날을 지나면서 낮이 길어진다는 사실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시간의 질서 속에서, 한동안 어둠에 밀려 있던 빛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얘기이니까요. 어둠이 가장 짙어졌을 때, 빛은 이미 돌아올 준비를 마치고 있다는 사실을 동지는 일러주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상 모든 것이 얼어붙고 생명력을 잃은 듯 보이지만, 실은 그 어둠 한편에서는 이미 다음 계절을 향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인생의 가장 어둡고 긴 밤을 지나고 있다면, 그것은 빛이 가까이 와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조금씩 밝아질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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