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선거 땐 메르츠 정신병 동영상…정교한 가짜 뉴스가 안보 위협
마크롱, 메타의 영상 삭제 거부에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 조롱” 비판
이달 초 페이스북, 틱톡 등에 올라온 '프랑스 쿠데타' 딥페이크 영상. 한 여성 기자가 에펠탑을 배경으로 "프랑스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어느 대령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말하지만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사는 한 10대 소년이 만든 '가짜 뉴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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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정교한 합성 영상 ‘딥페이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즉각적인 진위 파악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 뉴스가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선거 판세까지 뒤흔드는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에선 최근 ‘파리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딥페이크 영상이 페이스북·틱톡을 통해 확산됐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선 여성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어느 대령이 권력을 장악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뒤에는 무장한 군인이 서 있고 헬리콥터도 날아다닌다. 이 영상은 전 세계에서 1300만명이 시청했다.
마크롱 측은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에 즉각 삭제를 요청했으나 메타는 “해당 영상은 누구의 신변에도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으므로 서비스 약관 위반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마크롱은 지난 16일 공개 석상에서 메타를 향해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을 조롱하고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10대 소년으로 파악됐다. 소년은 프랑스 르몽드 인터뷰에서 “조회수 대박을 터뜨리고 싶었을 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이 소년은 오픈AI가 개발한 이미지·비디오 생성용 AI ‘소라2’로 몇 분 만에 영상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이 이 영상을 언급한 뒤 소년은 3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했다. 영상을 둘러싼 논란은 소년이 17일 오전 직접 영상을 삭제하면서 일단락됐다.
유럽에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소셜미디어 운영 정책이 유럽 정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살포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비방 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상에선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남성이 “메르츠가 과거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면서 각종 진료 기록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영상은 독일 정치에 영향을 끼치려는 러시아의 공작으로 드러났다. 독일 외무부는 최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러시아가 총선 때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지난해 8월엔 독일 항공 관제 당국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했다”며 “러시아가 독일 내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불안을 조장했다”고 했다. 물리적 도발과 사이버전, 여론 조작 등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딥페이크가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튀르키예 대선에선 ‘야당 후보가 테러 집단의 지지를 받는다’는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이 확산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 발판이 됐다. 그해 9월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도 친미 성향 야당 후보가 표를 매수하겠다고 모의하는 가짜 음성 파일이 유포돼 친러 정권 집권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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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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