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태아 건강, 한 명 낳을 때보다 위험
"영국 다태아 줄면서 전체 출산율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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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쌍둥이를 적게 낳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펴냈다. 한국은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이라 아이 하나가 귀한 상황인데, 쌍둥이 출산이 줄어야 한다는 제언은 도발적이다. 자칫 국가적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저출산 완화 정책과 배치될 수 있는 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18일 보사연이 발간한 '다태아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쌍둥이, 세쌍둥이 등 다태아 출산은 분만 1,000건당 28.8건으로 나타났다. 다태아 출산율 국제 데이터베이스(HMBD)상 그리스 29.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또 HMBD에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미국, 일본 등 25개국 평균 15.5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다.
국내로 좁히면 다태아는 2000년 1만768명에서 지난해 1만3,461명으로 많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가 64만89명에서 23만8,317명으로 추락한 와중에 다태아는 오히려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출생아 대비 다태아 비율도 1.7%에서 5.7%로 커졌다.
다태아 출산이 증가세인 이유는 자녀를 늦은 나이에 낳는 경우가 늘고 인공 수정 등 의료 보조 생식술(MAR)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난임인 부부들이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갖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에 쌍둥이를 임신할 확률이 커진다. 국내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2000년 9.5%에서 지난해 35.9%로 크게 확대됐다.
보고서는 이런 다태아 출산이 산모·태아 건강 면에서 보면 한 명만 낳는 단태아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에 따르면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와 비교해 △조산 및 조기 진통 위험 6배 △임신중독증 위험 2배 이상(세쌍둥이는 9배) △산후 출혈 위험 약 3배 △혈전성 질환 위험 3배 등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출산 후 겪는 육아 스트레스·경제적 부담도 더 클 수 있다.
"난임 시술 여성에게 고위험성 알려야"
보고서는 산모·태아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정부 정책이 다태아 출산을 줄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과거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다태아가 증가했던 영국은 2000년 전후로 관련 정책을 실시해 쌍둥이 출산이 줄었다. 난임 클리닉에서 다태아 낳는 걸 최소화하도록 유도하고,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에겐 다둥이 임신·출산의 고위험성을 충분히 제공했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은데 쌍둥이를 낳지 말라는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배혜원 보사연 전문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다태아 출산율을 줄이면서도 전체 출산율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을 전환하더라도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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