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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기억할 오늘] 규제-자율 규제 없는 미디어의 폐해와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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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자니 카슨의 농담 해프닝

    한국일보

    1973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미국서 화장실 휴지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유명 방송인 자니 카슨의 농담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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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코미디언 출신 방송인 자니 카슨(Johnny Carson, 1925~2005)이 1973년 12월 19일 자신이 진행하던 NBC 심야 토크쇼 ‘더 투나잇 쇼’를 이런 ‘농담(?)’으로 끝맺었다. “요즘 온갖 물자가 부족하죠. 그런데 최근 소식도 아세요? 농담이 아닙니다. 신문에서 봤어요. 이제 화장실 휴지까지 귀해질 거래요. (…) 화장지에 메모하는 습관도 버려야겠어요.”

    베트남 전쟁과 오일 쇼크 여파로 고물가와 생필품 등 소비재 부족에 대한 불편과 불안감이 팽배해 있던 때였다. 당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은 가히 살인적이어서 73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3.2%)보다 두 배가 넘는 8.7%를 기록했고, 이듬해엔 11%로 치솟았다. 석유와 가스 구매 제한에 이어 밀가루와 커피 육류도 운송비 증가까지 겹쳐 품귀 현상을 빚었다. 카슨은 가장 헐하고 흔한 생필품인 화장지를 예로 들어 당시 삶의 고충을 풍자하고자 했던 거였다.

    ‘심야 토크쇼의 제왕’이라 불리던 카슨의 그 방송을 본 시민들은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마트로 달려가 화장지 사재기에 나섰고, 그 바람에 화장지 품귀 현상이 실제로 일어났다. 파장이 커지자 카슨은 며칠 뒤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공개 사과하며 진정해달라고 촉구했지만, 한 번 시작된 화장지 패닉 구매는 지역에 따라 수 주에서 수개월 동안 이어졌다.

    1938년 오슨 웰스가 H.G. 웰스의 ‘우주 전쟁’을 각색한 라디오 드라마에서 긴급 속보 형식으로 화성인들의 미국 침공 사실을 ‘보도’했다가 그걸 실제로 오인한 수많은 시민들이 패닉에 빠져 피난을 떠나는 등 대규모 혼란을 야기한 일이 있었다.
    카슨의 농담은 미디어-방송인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 심리의 취약성을 또 한 번 보여준 극적 해프닝이었지만, 근년에는 규제가 느슨하거나 아예 통제되지 않는 새로운 미디어들이 아예 가짜 뉴스-정보들을 악의적으로 기획해 유포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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