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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세계는 탈탄소 급제동…'에너지 외딴섬' 자초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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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탈탄소 '나홀로 과속']①

    美·유럽 속도조절에도 韓 탄소중립 강행 모드

    철강·석화 등 초비상…생산 감축에 조단위 비용

    전기·수소차 강제로 늘리면 중국산 활개 칠 것

    '기업 살아야 탄소중립 가능' 관점 전환 필요성

    산업계 "규제 일변도서 인센티브로 전환" 촉구

    [이데일리 김정남 이윤화 기자] “이대로 가면 한국만 에너지 갈라파고스(외딴섬)로 전락할 게 뻔합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탈(脫)탄소 속도조절에 역행하는 정책 강행을 시사하면서 산업계가 구조조정 압력에 움츠러들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고 유럽연합(EU)은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철회했는데, 한국만 ‘나홀로 과속’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산업 친화적인 에너지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18일 관가 등에 따르면 탄소중립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CCUS)은 한국의 기술 수준이 미국의 80%(2022년 기준)로 파악됐다. 기술 격차는 5년이다. CCUS는 이산화탄소의 공기 중 방출을 막는 기술을 통칭하는 것이다. 기술 격차가 큰데 정부가 탄소중립을 가속화하면, 기업들의 해외 의존도는 증가하고 산업 전환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 풍력 발전(5년), 스마트 에너지그리드(2.5년) 등도 한미 기술 격차가 컸다.

    정부가 내세운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53~61% 감축)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은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에서 한발 물러서는 등 속도조절에 나섰다. 한 재계 고위인사는 “탄소중립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가파른 탄소중립이 급격한 산업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어, 세계적인 추세와 발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이 살아야 탄소중립도 달성 가능하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데일리

    (그래픽=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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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이다.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 세 업계의 비중은 73%에 달한다. 특히 철강 기업들은 탄소감축을 위해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처지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한 750만t 생산 감축을 위해서는 1조3000억원의 투자비와 3조6000억원의 운영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부는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신차 가운데 무공해차 비중은 26%다. 산업계에서는 5년 만에 두 배로 늘리는 건 무리라는 볼멘소리가 많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기업들은 탈탄소화 준비를 마쳤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그 여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산업계 인사는 “국내 기업들이 탈탄소를 이행하는 동안 중국산들은 더 약진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규제 일변도에서 인센티브로 전환 △산업계 의견을 반영한 탄소중립 산업전환(GX) 지원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올해 5월 실시한 설문을 보면, 국내 기업 64.2%는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등처럼 기업 스스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목표 달성에 따른 금융·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정책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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