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티 페어, 밴스 부통령ㆍ백악관 대변인 등 보정 처리 안 한 사진 게재
트럼프 진영 “사악하다” 비판에, 反트럼프 측은 “역사상 가장 투명하다는 정부에 맞는 사진”
사진 작가 “잡티 지웠으면 또 뭐라 했을까…그대로 전하는 게 내 직업”
배니티 페어는 마치 거대 로펌의 핵심 파트너 사진을 연상케 하는 백악관 실세들의 ‘공식 사진’뿐 아니라, 개개인의 초근접 인물 사진도 게재했다.
트럼프 백악관 2.0을 움직이는 실세들/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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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선 보정 처리가 되지 않은 그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글자글한 눈가의 주름, 잡티는 물론 혈관에 이르기까지 피부 표면의 미세한 ‘지형’을 드러내는 이 사진은 정치 성향에 따라 반응이 뚜렷이 갈렸다.
사진을 비판하는 측은 “사악하다” “일부러 모두 나쁘게 찍었다”고 했지만, 반(反)트럼프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투명한 정부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독자에게 ‘충격 주의’ 경고를 먼저 했어야 했다”고 조롱했다.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윗입술 윗부분에 필러 주사 자국으로 보이는 것들이 그대로 보인다. /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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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회자된 사람은 백악관의 ’마우스피스(mouthpieceㆍ잡지 표현)’인 28세의 캐롤라인 레빗(Leavitt)이었다. 그의 윗입술에는 필러 주입 주사자국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선 게재 하루 만에 27만 명이 봤고 1만70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날 레빗은 촬영 장소에 개인 분장사까지 데리고 왔지만, 사진 작가는 주사 자국을 지우지 않았다.
J D 밴스 부통령/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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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잡지가 ‘후계자(heir apparent)’라고 지칭한 J D 밴스 부통령의 경우, 늘 찡그린듯한 눈매와 정돈되지 않은 입 주변 수염만을 부각해서 사진을 찍었다. 잡지가 ‘매(hawk)’로 지칭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모공과 잡티, 햇볕 손상까지 모두 드러나게 찍었다. 한 네티즌은 “멋있게 찍는 용도가 아닌, 피부과 카메라를 썼느냐”고 농담했다. 일부러 눈을 크게 뜬 듯한 와일스 비서실장의 인물 사진, 반(反)트럼프 진영이 ‘히틀러 소년단’ 같다는 댄 스카비노 비서실 차장의 옆모습 사진도 실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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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사진도 그다지 나아보이지 않는다. 밴스의 전신 사진에선 오른쪽에 불필요한 전등 갓과 의자 등받이 일부가 잘리지 않고(cropping) 그대로 남았다. 레빗 대변인의 전신 사진에선 인물 주변에 눈길을 끄는 다른 요소들이 많다. 램프를 무슨 이유에서인지 들여다 보는 루비오 장관 사진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작가는 극단적으로 가깝게 찍지 않으면, 주변의 잡다한 배경을 잘라내지 않은 전신 사진을 찍었다.
밴스 부통령은 단추를 여미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지만, 작가는 오른쪽의 삐죽 나온 전등 갓과 의자 등받이도 잘라내지 않았다. /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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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이유에서인지 램프를 들여다 보고 있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Vanity Fair 인스타그램 |
눈길을 끄는 요소가 많은 배경과 함께 찍은 레빗 백악관 대변인 전신 사진/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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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진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찍었을까. 이 사진들은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들과 정치인들을 전문적으로 찍어온 크리스토퍼 앤더슨이란 사진 작가가 11월 13일 백악관에서 찍었다. 그는 뉴욕타임스ㆍ월스트리트저널ㆍ에스콰이어 등에서 활동해 온 작가로, 아이티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항해하는 모습을 담아 로버트 카파(Robert Capa) 골드 메달을 수상했다. 보도 사진 분야에서 최고의 영예로 평가받는 상이다.
앤더슨은 워싱턴포스트,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정치라는 극장(劇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를 뚫고, 더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날 모든 사람을 전신 프로필, 초근접이라는 방식으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2014년에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정치인들을 초근접해서 찍은 사진집 ‘스텀프(Stumpㆍ연단)’를 낸 적이 있다. 이 사진집도 정치의 ‘연극적 무대’를 더 드러내려는 시도의 하나였다.
그러나 백악관 피사체들이 입술의 주사자국, 흠, 잡티까지 확연히 드러나는 초근접 촬영 사진에 완전히 동의했다고 할 수는 없다. 앤더슨은 “와일스 비서실장은 ‘너무 가깝다’고 해서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가까이 가는 것 외에도, 카메라와 렌즈를 바꿔가며 촬영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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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은 자신이 찍는 할리우드 명사 사진과 정치인 사진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내가 포토샵으로 흠과 주사자국을 지우기를 기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펜던트에 “내 직업적 책임은 마주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카 퍼스트’와 불법이민자 추방,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의 선봉에 서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고문이 촬영 후에 앤더슨에게 사진과 관련해 부드럽게 ‘조언’했을 때에도, 그 책임감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스티븐 밀러/Vanity Fair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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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은 “촬영 뒤 밀러가 다가와 ‘사진과 관련해, 당신이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판단 권한이 크다는 걸 알고 있죠’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예요’라고 답했어요. 그가 얼마가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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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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