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해 최대 번식지 쿨먼섬서 집단 폐사 추정…기후위기가 만든 '빙산 장벽'
기후변화로 황제펭귄 새끼 10마리 중 7마리가 굶어 폐사한것으로 조사되었다, (참고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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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로스해 최대 황제펭귄 번식지에서 올해 태어난 황제펭귄 새끼 10마리 가운데 3마리만 살아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로 번식지와 바다를 잇는 이동 경로가 차단되면서 먹이 공급이 끊긴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로스해 쿨먼섬(Coulman Island) 황제펭귄 번식지에서 올해 확인된 새끼 개체 수가 약 6,700마리로, 지난해(약 2만1,000마리)보다 약 70% 감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쿨먼섬은 로스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황제펭귄 번식지로, 인근 다른 번식지에서는 비슷한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다.
황제펭귄의 암컷은 모성애가 매우 강한 편으로 수컷과 역할 분담형으로 새끼를 양육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암컷은 6월경 단 한 개의 알을 낳은 뒤, 이를 수컷에게 맡기고 바다로 떠난다. 혹독한 겨울바다로 나가 수백 km를 이동하며 먹이를 축적한 뒤 새끼가 부화할 시점(약 65일 후)을 거의 정확히 맞춰 번식지로 돌아온다. 이 시기를 놓치면 새끼는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다.
연구진은 지난달 현장 조사에서 길이 약 14㎞, 면적은 축구장 5천 개에 달하는 거대 빙산이 번식지 출입구를 완전히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위성 자료 분석 결과, 해당 빙산은 지난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뒤 북상해 7월 말쯤 번식지 앞에 정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쿨먼섬 출입구를 가로막은 빙산 (사진=극지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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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은 6월 산란 이후 수컷이 알을 품고, 암컷은 바다로 나가 사냥한 뒤 2~3개월 후 부화 시기에 맞춰 돌아온다. 하지만 암컷들이 귀환하기 전 빙산이 이동 경로를 차단하면서 새끼들이 장기간 굶주렸고, 이로 인해 대규모 폐사가 발생한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드론 촬영 사진에서는 빙산 절벽 앞에서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채 머무른 수십∼수백 마리의 성체 펭귄과, 장기간 체류를 보여주는 배설 흔적도 확인됐다.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와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펭귄들 (사진=극지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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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총괄한 김정훈 극지연구소 박사는 "살아남은 약 30%는 어미가 빙산에 막히지 않은 다른 경로를 찾아 먹이를 공급한 경우로 보인다"며 "빙산이 다음 번식기 전에 사라지면 회복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간 정체될 경우 번식 실패가 반복되거나 다른 번식지로 이동하는 등 장기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기후위기가 극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서식지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북극에서는 해빙 감소로 북극곰이 사냥터를 잃어 장거리 이동 중 익사하거나 굶주림으로 폐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남극에서는 해빙 변화로 먹이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펭귄과 바닷새의 번식 성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위성 자료를 분석한 박진구 박사는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 경로가 다른 주요 황제펭귄 서식지 인근도 지나고 있다"며 "빙붕 붕괴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황제펭귄 등에게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를 내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로스해는 백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크릴 등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내년 번식기까지 위성 관측과 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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