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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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정상들이 내년부터 2년간 우크라이나에 총 900억유로(약 156조원)에 달하는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앞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에는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19일(현지시각)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2026∼2027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900억유로를 제공하기로 한 결정이 승인됐다”며 “우리는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수 시간에 걸친 정상 회담이 끝난 뒤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발표하며 “시급한 사안인 만큼 유럽연합 예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이 거의 4년째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재정 지원이 대부분 끊긴 우크라이나 정부 사실상 파산 직전에 놓여 있어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2년간 1370억유로(약 237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 앱에 “이는 우리의 회복력을 진정으로 강화하는 매우 중요한 지원”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번 재정 지원으로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재정 수요를 충족하는데 충분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에는 좋은 소식이고 러시아에는 나쁜 소식이다. 그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애초 유럽연합 국가 중 독일과 폴란드, 스웨덴 등에서 유럽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럽 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한 이른바, ‘배상 대출’ 방안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 동결 자산의 상당 부분을 보관하고 있는 벨기에는 러시아 보복에 따른 재정∙법적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유럽연합 내 동결된 2100억유로(약 363조9천억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 중 약 1850억유로(약 320조원)가 벨기에 중앙예탁기관 유로클리어에 보관돼 있다.
이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재정 위기를 계속 방치할 경우 러시아의 위협이 유럽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유럽연합 회원국은 공동 채권 발행을 통해, 유럽연합이 직접 재원 부담을 지는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안 역시 회원국 간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최종 합의문에는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는 공동 지원에서 빠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에 비교적 우호적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이 방안에 반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유럽연합 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배상을 할 때까지 계속 동결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배상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는 해당 자금을 활용해 이번 유럽연합이 약속한 대출을 상환할 수 있게 된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럽연합 내 이성적인 목소리가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우크라이나에 불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막았다”며 “법과 상식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르줄라가 이끄는 유럽연합 전쟁광들에게 큰 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연달아 올린 게시글에서 벨기에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를 언급했다.★
한편,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로클리어를 상대로 해당 금액만큼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 은행들을 상대로도 추가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힌바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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