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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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을 앞둔 시점 통일교 간부들이 “여야 국회의원 공천권을 받아서 청와대 입성 기반을 얻어야 한다” “2027년 대권에 도전한다” 등 논의를 했던 정황이 담긴 회의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통일교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주요국 대사 자리 등을 얻으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19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 통일교 간부 4명의 정당법 위반 사건 재판을 열고 통일교 세계본부 신통일한국처장 엄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엄씨가 2021년 10월14일 작성한 통일교 대륙회장 회의록이 공개됐다. 회의록을 보면, 윤 전 본부장 등 통일교 고위 간부 11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한 참가자는 “우리 목표는 청와대에 보좌진이 들어가야 한다. 두번째는, 여든 야든 국회의원 공천권을 (우리에게) 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정책, 투표수, 자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 선택하면 큰일 난다. 1~2월 중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정말 신중하게 가야 한다”며 “2027년 전까지 우리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국회의원 공천권, 청와대 입성 기반을 이루려면 결코 쉽지 않다”며 “여기까지 가야 안착 기반이 이뤄지고, 2027년까지 이렇게 가면 대권 도전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발언했다.
엄씨는 종교단체인 통일교가 회의에서 ‘대선’과 ‘청와대’ ‘공천권’ 등을 언급한 이유가 뭐냐는 김건희 특검팀 측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당시 윤영호 본부장이 추진하던 정책에 맞춰 지구장들이 계획을 고민하고 논의하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통일교가 ‘청와대 보좌진 자리를 달라’는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한 정황도 나왔다. 이날 법정에서는 국민의힘과 통일교를 연결해준 인물로 지목된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과 윤 전 본부장이 나눈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윤 전 부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사흘 뒤인 2021년 11월8일 윤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보내 “12월 중순이나 말에 Y(윤 전 대통령으로 추정)를 만나는 트라이를 하려고 합니다”라며 “오늘로서 일단 윤석열 캠프는 해산식을 합니다. 저는 청와대로 같이 갈 사람을 눈여겨봅니다”라고 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후에도 꾸준히 윤 전 부회장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문자 중에는 “윤이 당선되는 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면 된다. 미(국)·일(본)의 기반을 알려주면 영사나 대사도 가능하고 도움에 비례하여 전국구나 공천 요구도 가능하다”(2021년 12월8일)는 내용도 있었다.
윤 전 본부장이 권성동 의원 측과 접촉하기 직전인 2021년 12월30일에는 “권(성동)이 먼저 제가 얘기한 조건을 수용하면 표수, 조직, 재정지원을 합니다”라며 “우리의 조건은 공약으로 받아들여진 우리 정책 추진을 위해 정권 스태프(staff)로 우리 사람을 넣는 것. 푸른집(청와대) 보좌진과 당에 포션(할당)”이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윤 전 부회장은 ‘선거에 도움을 주고 당선 이후엔 윤석열 쪽에 영사나 대사, 각종 선거 공천권을 요구하는 게 목표였나’라는 특검 측 질문에 “그런 게 아니라 내 꿈을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 등 금품을 건넨 정황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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