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례 연말 마라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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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대화 의지 신호를 언급하며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경우 평화적 종식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도, 전장의 전략적 주도권은 이미 러시아군에 넘어왔다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연말 마라톤 기자회견에서 “이번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킬 준비가 되어 있고, 또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에 제시한 협상 조건들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맨 처음 나온 우크라이나와 평화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 이와 같이 답변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평화 회담을 위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는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분쟁을 종식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쪽 인사들로부터 여러 형태로든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고 부연했다.
매년 생중계로 열리는 연말 마라톤 기자회견은 전국민 전화 참여 프로그램과 결합되어 러시아 전역의 국민들이 25년간 러시아를 통치해 온 푸틴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제공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국내외 정세에 대한 견해를 전달해 왔다.
전쟁 상황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주권이 완전히 우리 러시아군에 넘어왔다”며 “우리 군대는 접촉선 전역에서 진격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더 빠르게, 다른 지역에서는 더 느리게 진격하고 있지만, 적군은 모든 지역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푸틴 대통령은 말했다.
현재 전장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올해 추가로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 %를 점령했다고 푸틴 대통령은 설명했다 . 그는 지난 10월 러시아군이 올해까지 우크라이나에서 5천 ㎢ 규모의 영토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가운데 현재 2014년에 합병한 크림반도, 루한스크 전체, 도네츠크 지역의 80%,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의 약 75%와 하르키우∙수미∙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등 일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니아는 러시아의 자국 영토 점령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70만 명이 넘는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사상자 수치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지난 6월 전면전에서 러시아 쪽 사상자 수를 95만명으로 추산했고 그 중 최대 25만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봤다.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는 40만명으로 추산하고 그 가운데 6만∼10만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후 양쪽 수치 모두 증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직전에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대출을 제공하려고 했던 계획을 철회한 것과 관련해, 그러한 시도는 "백주대낮 강도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러시아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러시아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 특히 산유국들은 금과 외환보유고를 유로존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일단 이런 일이 시작되면 다양한 구실로 모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자산이 활용됐으면 유럽연합은 심각한 법적·정치적 후폭풍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이익을 법적으로 지켜낼 것 ”이라고 설명했다 .
이날 유럽연합 정상들은 내년부터 2년간 우크라이나에 총 900억유로(약 156조원)에 달하는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앞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 하지 못하면서 나온 대안이다. 유럽연합 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 규모는 2100억유로(약 363조9천억원)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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