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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추적 60분' 해외 입양의 민낯, 숨겨진 진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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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기자]
    국제뉴스

    추적 60분 (사진=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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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아이를 팝니다 - 해외 입양의 민낯' 편으로 꾸며진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해외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낸 나라다. 7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해마다 아이를 해외로 보냈고, 지금까지 정부 추산 약 17만 명의 아이들이 한국을 떠났다. 1950년대 전쟁고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한국의 해외 입양 시스템. 그러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70-80년대, 해외 입양 아동의 숫자가 오히려 대폭 증가했다. 1985년 한 해에만 약 8800명, 당시 출생 아동 100명당 1.3명이 해외 입양을 갔다. 왜 이 시기에 이렇게 많은 아이가 해외로 보내진 것일까.

    성인이 돼 한국을 찾아오는 입양인들. 이들은 자신들의 입양 과정에 조작과 거짓이 있었다고 말한다. 입양 자료를 찾기 위해 입양기관과 정부 기관을 방문하지만,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제한적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 가족은 누구인지, 단지 뿌리를 찾고 싶은 입양인들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적 60분'은 해외 입양인들과 그 가족들,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당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해외 입양의 민낯을 추적했다.

    ■ 친부모를 찾습니다

    4살 때 벨기에로 입양 간 구상필씨.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심각한 인종차별에 시달렸다. 중년이 되어서야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그의 입양 서류에는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당시 머물렀던 일시보호소와 입양기관을 찾아가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의 오랜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 단어, '부산.' 작은 정보라도 찾기 위해 상필씨는 부산을 찾았다. 그는 평생 애타게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까?

    "어머니가 저를 20살에 낳으셨다면 지금 78세이고, 18살에 낳으셨다면 76세입니다. 저를 이 세상에 낳아주신 어머니를 돌아가시기 전에 다시 뵐 수 있을지"

    ■ 고아가 된 미아, 그들을 찾는 부모

    1975년 여름, 4살 아들을 잃어버린 최영자 씨. 소독차를 따라 나간 어린 아들은 생일을 3일 앞두고 실종됐다. 가족들은 경찰서, 고아원, 입양기관 등으로 아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48년 후, 한 기관의 DNA 검사로 아들을 찾게 됐다. 놀랍게도 아들은 실종된 그해 겨울, 노르웨이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부모가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어린 아들은 이름과 생년월일이 뒤바뀐 고아가 되어 한국을 떠났다. 평생 본인이 고아라고 믿으며 살아온 아들. 그리고 아들을 잃고 삶이 모두 망가져 버린 가족들. 도대체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70~80년대, 고아가 아닌 아이들이 해외 입양되는 사례가 늘면서 당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해외 입양으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 때문에 입양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아이를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과거 입양기관이 아동 확보를 위해 직원들끼리 경쟁을 시켰고, 성과급 시스템까지 운영했다고 밝혔다. 해외로 입양된 줄도 모르고 애타게 아이를 찾아 헤맨 부모들. 뒤늦게 자녀를 찾았지만, 그들의 억울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전쟁고아도 아니고, 부모가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이렇게까지 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같아. 외국에도 있을까요? 이렇게 (아이들을) 판 나라가 있어요?"

    ■ 아이가 사산됐다고 속인 병원, 이들은 왜 이런 일을 벌였나

    1988년 덴마크로 입양된 미아씨. 미아씨는 한국에서 친부모님을 만난 이후,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부모님은 미아씨가 출산 중 사산됐다고 알고 있었던 것. 이후 미아씨의 부모님이 장례를 치르고 싶다며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의사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양 서류에는 '아버지의 수입이 부족해 부모의 동의하에 아이를 해외 입양 보낸다'고 기록돼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당시 관계자들은 입양기관들이 아동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 및 판촉 활동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났다고 고백했다. 1988년, 정부는 한 기관장 회의에서 입양기관들이 인신매매 기관으로 전락했으며 막대한 부동산 취득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일까? '추적 60분' 제작진은 실제 입양기관의 부동산 현황을 취재했다.

    "범죄가 정말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훔쳐서 입양 보내고 막대한 돈을 버는 일에 정말 많은 사람이 관여했던 거예요"

    ■ 56명의 심각한 인권 침해 피해자 인정, 앞으로의 과제는?

    2025년 3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해외입양 사건 신청자 중 56명을 심각한 인권 침해 피해자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과거 해외 입양이 산업화되어, 아동의 상품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위법한 입양 승인, 신분 세탁, 허위 문서 생산, 고아호적 창설 등을 통해 인권을 침해당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현재 국가의 실질적인 결정 이행 계획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56명의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이나 배상 신청을 해야만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입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사실을 인지한 후, 일부 북유럽 국가들은 해외 입양 중단을 선언했다. 2025년 현재, OECD 국가 중 해외 입양을 지속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콜롬비아 단 두 곳. 인구감소와 저출생 문제를 고민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해외 입양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추적 60분' 1436회 「아이를 팝니다 - 해외 입양의 민낯」 편은 이날 밤 10시에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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