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SNS 접근해 모텔로 유인
청소년 보호 방기한 사회 책임져야
3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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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동차 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박업소(Motorists Hotel). 모텔(Motel)이 국내에선 제 기능을 상실했다. 살인과 강간, 폭행, 마약 등이 난무하는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도심 한복판에서 성업 중이다. 혹여 눈에 띄지 않을까 요란한 네온사인 간판을 붙이고 경쟁에 질세라 기상천외한 서비스를 내세운다. 전국 곳곳에서 숙박업의 탈을 쓴 범죄 소굴은 도심의 골목을 장악했다.
사회의 묵인은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3일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두 중학생이 성범죄자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19세 미만 청소년이 청소년 유해 환경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은 소용이 없었다. 10대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대낮에 모텔에 들어갔다. 이들을 본 어른들은 손가락질은 해도 막진 않았다. 이들이 간 곳은 무인 모텔은 아니었지만 무인 모텔과 다름없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공론장의 탈을 쓴 무법 지대다. 시공간에 관계없이 전 세계를 연결하는 SNS는 성착취, 딥페이크, 보이스피싱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도 무한 양산한다. SNS 익명성은 범죄자에겐 기회다. 10대들을 모텔로 유인한 20대 피의자는 사건 발생 2주 전 SNS에 덫을 놨다. 얼굴과 이름, 나이, 직업, 범죄 전력 등을 속이고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연락을 피하자 SNS를 통해 집요하게 괴롭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를 미룬다.
사회가 침묵하는 사이 범행은 되풀이된다. 2019년 미성년자 성폭행 등 두 차례의 미성년 대상 성범죄 전력이 있는 피의자는 5년 동안 복역한 뒤 6월 출소했다. 검찰은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려달라 청구했지만 법원은 보호관찰만으로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다. 피의자는 보호관찰 기간 등록한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전자발찌를 차지 않은 피의자는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모텔에 간 10대들은 누가 죽였나. 심판받아야 할 피의자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 죽었다. 10대들의 허망한 죽음에 치미는 분노가 갈 곳을 잃었다. 사회는 비난의 화살을 죄 없는 피해자에게 돌렸다. 학교에서 이탈한 지역 청소년들의 비행으로 치부하고 만다. '모텔에서 숨진 학생'은 죽어서도 억울하다. 비통한 죽음에 잔혹한 사회의 야만성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
10대들은 누가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이들을 지킬 수 없다고 매섭게 경고한 드라마가 있다. 올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모범적이었던 중학생이 또래 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을 다룬다. 드라마는 소년의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시종일관 소년을 바라보는 부모와 사건을 맡은 수사관을 쫓을 뿐이다. 이들은 끝내 아들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그들이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닥친 현실에 좌절하고 과거를 후회할 뿐이다.
책임을 방기한 사회가 지키지 못한 10대들을 되살릴 순 없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10대들은 아직 많다. 이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10대들의 삶부터 알아야 한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현재를 내팽개치는 사회에 나아갈 미래는 없다.
강지원 전국부장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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