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스위스에서도 거액의 범칙금은 종종 뉴스가 된다. 지난 8월에는 제한속도보다 27㎞/h를 초과한 운전자에게 9만스위스프랑(약 1억670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2010년에는 과속으로 페라리를 몰던 운전자가 29만달러(약 4억8000만원)의 범칙을 낸 일도 있었다.
이들 나라가 소득에 비례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은 고소득자가 소액의 범칙금을 가볍게 여기고 반복적으로 법을 어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상한선이 없어 수억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일도 발생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범칙금을 재력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교통 범칙금은 5만~10만원이면 서민에겐 제재 효과가 있지만,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10장을 받아도 아무 상관이 없어 계속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관련 입법 시도도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범칙금은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로, 복지나 소득 재분배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은 재산·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내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에 소득이 반영된다면 부자 역차별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논의 진전을 위해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이유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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