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반년이 지난 현시점,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전문가가 우려했던 세 번째 실패가 현실이 돼 가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시장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또 한 번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그 과정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라는 국지적인 토지 투기를 통제하기 위해 활용하던 장치를 광역적인 규제 수단으로 확대 도입하는 잘못을 범했다. 우리는 현재 토허구역의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규제란 묶기는 쉽지만 풀기는 어렵다'라는 자위로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조리에 빠져 있다.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12개 시구를 포함하는 광역적 토허구역을 확대 지정한 지난 10·15 대책이 초래한 부작용은 예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주거 이동이 주택 거래를 동반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주거 소비 행태는 아니다. 대도시 가구의 주거 이동은 영구적이기보다는 직장의 변경으로, 입시생의 교육을 위해서 등 여러 가지 단기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주택을 팔고 사서 이사하기 위해 주택 가격의 5~10%를 차지하는 거래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그래서 도심의 주택시장은 절반이 넘는 임대시장의 비중이 유지된다. 실거주를 강요하는 토허구역은 그런 합리적 시장 행태를 부정하고 있다. 그로 인한 동맥경화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월세도 급등을 재개하고 있다.
토허구역 광역 확대에 따른 시장효과에 대한 엄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장기적인 누적 변동률 평가에 취약한 부동산원 시세지수가 아닌, 필자의 연구실에서 생산하는 서울시 자치구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로 중장기 추이를 보면 자치구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4년 전 형성된 전 고점 대비 지난 11월까지의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5개구를 살펴보면 강남, 성동, 서초, 용산, 광진 순으로 전 고점을 넘어 9~17% 회복했다. 반면 노원, 도봉, 강북, 금천, 구로 5개구는 -19~-13%로 급락 이후 전혀 회복을 못하고 있다. 토허구역의 광역적 확대를 인정하기 힘든 심각한 시장 회복세의 격차다.
좀 더 기간을 연장해 2013년 형성된 저점 이후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5개구를 살펴보면 성동 214%, 강남 186%, 용산 177%, 서초 155%, 영등포 152% 순이다.
반면 강북 67%, 구로 68%, 도봉 69%, 금천 72%, 종로 82% 최하위 5개구는 최상위 그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인다. 장기적인 상승 추이 역시 풍선효과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동일한 강도의 3중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합리화할 수 없는 심각한 격차다.
기간을 좁혀 지난 3월 24일 이뤄진 강남3구 및 용산구로의 토허구역 1차 확대 이후 해당 자치구의 누적 상승률을 살펴보면 12~15%로, 토허구역 지정의 가격 안정 효과를 주장할 수 없는 높은 상승률이다. 해당 시점으로 되돌아가 주간 실거래가지수를 살펴보면 급등세를 강화하던 시세지수와 달리 토허구역 확대가 성마르게 선택되기 2주 전부터 가격 상승세는 이미 둔화되고 있었다. 이런 시세지수에 선행하는 시장 변곡 추이는 이번 10·15대책 두어 주 전에도 동일하게 발생했다. 시장의 자정작용을 참고 기다렸어야 했다.
현재의 시장이 서서히 끓어 가는 순두부 항아리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미꾸라지와 같이 느껴진다. 더 늦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를 합리화할 수 없는 시장 침체 지역의 해제가 우선이지만, 실효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강남3구를 포함하는 토허구역의 전반적인 해제도 고민이 필요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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