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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기고] 재건축 막고 135만호 공급하겠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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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학과 전공지도교수


    2025년 정부가 발표한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금융 규제가 중심이다. 6·27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전면 차단한 데 이어 9·7 대책에서는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축소했으며, 10·15 대책에서는 고가 주택 대출 한도를 2억원까지 추가로 축소하는 등 초강력 대출 규제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신고가 거래 등 시장의 불안정성만 증폭시켰다.

    9·7 대책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연평균 27만가구라는 숫자로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줬지만 이는 '착공' 기준이며,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3~4년의 시차가 소요된다.

    더 큰 문제는 공급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다.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 조달 어려움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사업 추진 동력은 약화된 상태다. 게다가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마저 차단됐다.

    2027년까지 주택 공급 감소가 예상되고, 2030년까지 목표로 한 135만가구 공급 대책은 각종 규제가 중복돼 있는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약속일 뿐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은 단순한 투기 수요나 유동성 과잉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이면에는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4년간 83만가구 이상의 공급 부족이 누적됐고, 서울 아파트 10곳 중 3곳은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주거 품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이를 충족할 양질의 신규 주택 공급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효성 있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기 수요 관리와 중장기 공급 확대의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는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공급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도 아파트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시장이 보내는 명확한 신호다. 규제만으로 공급 부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 재고의 30%가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인 상황에서 새로운 택지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우수 입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여 부담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 사업 절차 간소화를 통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단축하는 행정 혁신과 함께 사업성을 확보해 조합원들의 실질적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성공은 집값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적정한 주거를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학과 전공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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