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세협상, 인공지능 전환에 대한 막대한 투자 등과 같은 경제적 쟁점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2월은 지역균형발전 분야의 격변이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12월5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대전·충남 통합은 급물살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18일에는 대통령과 여당 의원 간담회에서 ‘2월까지 특별법 통과’ ‘2026년 지방선거 전 통합 완료’를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했다. 19일 행정안전부는 내년 7월1일 출범을 목표로 추진 일정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광역 간 통합에 대한 의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2024년 ‘대구경북특별시’가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행안부, 지방시대위원회의 공동 합의로 추진된 바 있으나 내란 사태의 여파로 추진력을 상실해 지난 11월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을 폐지하면서 무산돼버렸다.
‘기회의 창’ 속에서 통합 급물살
이번 정부 들어서도 지난 10월 야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대표 발의로 대전·충남 통합을 위한 특별법안이 제출되었으나, 특별한 반향 없이 멈춰 있었던 사안이다. 이번이 다른 것은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변화, 높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과 여당에 의해 추진된다는 점일 것이다. 통합안에 대해 충청권 메가시티 관점에서 비판하던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도 이번엔 잘 들리지 않는다. 지방선거 전 통합 완료도 불가능한 미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들린다. 그렇다면 ‘5극3특’으로 대표되는 초광역 메가시티,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쳐 진화한 민주당판 지역균형발전 프로그램 관점에서, 열린 기회의 창 속에서 전개되는 충남·대전특별시로의 통합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지방시대위원회가 제시한 ‘5극3특’ 전략은 권역의 규모와 기능을 키워 수도권 일극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권역을 키운다’는 말은 행정구역 재설정 이상의 과업이다. 지금 열린 기회의 창은, 통합을 기능적 결합과 화학적 결합으로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드문 타이밍이다. 전자는 초광역의 산업·교통·인재·재정의 연결을 제도화하는 문제이고, 후자는 대전·세종의 도시적·지식 기반 성격과 충남·충북의 도농복합 성격이 한 권역 안에서 상호 신뢰와 대표성을 만들어내는 문제다. 속도는 정치가 제공하는 조건이지만, 통합의 성패는 ‘어떤 접속 장치(인터페이스)를 먼저 깔아두느냐’라는 조건에서 갈린다.
충청권은 부울경과 더불어, 현재 조건에서 수도권에 유효하게 맞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비수도권 권역이다. 세종의 행정복합 기능, 대전의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역량, 충남의 중화학공업·자동차·전자, 충북의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기반이 ‘한 권역의 가치사슬’로 묶일 때 비로소 완결적인 혁신 생태계가 가능해진다.
통합 성패는 정책조건에서 갈릴 듯
특히 여성에게 STEM(과학기술 분야)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고, 자생적 스타트업 생태계로 세계적 유니콘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비수도권 지역이 충청권이다. 이건 충청권 통합을 ‘권역 혁신의 인프라’로 정의할 때만 실현된다. 대전·충남 신속 통합은 중요하지만, 속도전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다. 5극 중 하나인 충청권(혹은 중부권) 내부에서 세종·충북과의 클러스터링을 어떻게 설계할지, 도농복합 지역의 생활·정주 인프라를 어떻게 묶을지, CTX(충청권 광역급행철도) 같은 광역교통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산업 간 분업과 연결을 어떤 권한·재정·조직으로 담보할지의 청사진은 충분히 논의되고 있는가? 통합 프로그램과 별개로 지금부터 백가쟁명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경합할 시간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의 기회의 창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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