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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이철민의 마켓 나우] 공정성 논란 휩싸인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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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67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이지스는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중 하나다. 창업주의 사망 이후 유가족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유가족 지분을 포함한 약 98%의 경영권 지분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주간사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매각 절차는, 지난 11월 11일 본입찰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이, 해외에서는 여러 사모펀드가 참여했다. 12월 8일, 주간사들은 중국계 대형 사모펀드 힐하우스가 약 1조1000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몇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가장 큰 논란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방식의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다. 인수 의지가 강했던 흥국생명은 최대주주와 매각 주간사 관계자들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소했다. 본입찰에서 1조500억원으로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주간사가 힐하우스에 추가 가격 인상을 유도해 최종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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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의 과정과 결과를 문제 삼은 것이다. ‘경매식 호가 입찰’로도 불리는 이 방식은 한 차례의 본입찰로 절차를 종료하지 않는다. 대신, 인수 의지가 강한 후보자들에게 이길 수 있는 가격이나 주요 조건을 암묵적으로 제시하며 추가 제안을 유도한다. 매도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M&A 거래에서 복수의 후보자가 대상 기업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경쟁할 때 종종 활용된다.

    이와 관련된 첫 번째 쟁점은, 흥국생명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전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는지다. 매도인이나 자문사 측은 그런 설명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입찰제안서나 안내문에는 거래 방식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대신 ‘입찰 절차는 매도인의 판단에 따라 수정·중단·재개될 수 있다’는 식의 매도인에게 유리한 문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두 번째 쟁점인 ‘흥국생명의 본입찰 정보를 힐 하우스에 유출시켰는가’에 이목이 쏠린다. 입찰 정보 유출은 거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이며, 당사자들 간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레시브 딜이 본질적으로 실행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이다. 이지스의 매각은, 그러한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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