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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22대 국회, 더 벌어진 거대 양당 이념성향···이미지만 ‘강성’인 온건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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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규섭 서울대 교수팀과 22대 국회의원 표결 분석

    의원간 상대적 ‘이념점수’ 측정, 양당 차이 역대 최대

    조국혁신당, 민주당보다 상대적 진보 성향

    ‘강경 발언’ 쏟아낸 주진우·박은정, 상대적 ‘온건’

    경향신문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소수 정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통과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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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투표 성향으로 이념점수를 측정해보니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2대 국회 들어서는 주요 법안을 두고 견해차가 컸던 데다 12·3 불법계엄과 탄핵 등을 거치며 쟁점 의안이 많아지면서 이념점수가 더 벌어졌다. 올해 거대 양당 간 이념점수 차이 추정값은 지난 20년 중 가장 높았다.

    22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과 함께 22대 전현직 국회의원 304명이 개원 이래 지난 10월24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한 862개 의안의 표결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추론 방법을 이용해 의원별 이념점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간 평균 이념점수 거리는 2.160점으로 21대 국회의 1.676점, 20대 국회의 1.608점에 비해 큰 차이로 벌어졌다.

    의원별 이념점수는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이는 의원들에게 비슷한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의원들 간 상대적 위치를 보여준다.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 경향이 높은 법안을 편의상 ‘진보’와 마이너스(-),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경향이 높은 법안을 편의상 ‘보수’와 플러스(+) 쪽으로 두고 의원별 점수를 계산했다. 여기서 진보, 보수는 상대적 개념으로 엄밀한 사상적 의미를 지니진 않으며, 통계 수치의 변화가 실제 이념 변화와 연결되진 않는다. 다만 의원 혹은 정당 간 의견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를 측정할 수 있다. 통계적 추정이기에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여지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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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년간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이념점수 차이를 연도별로 추정해본 결과 올해 두 정당의 이념점수 차이는 1.299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4년 1.273점을 넘어섰다. 2004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등이 벌어져 정치적 격량이 극심하던 해였다. 올해는 그보다 더 양 정당 간 이념 차이가 심해진 것이다. 한규섭 교수팀은 “거대 양당의 이념점수 차이는 대개 각 정권의 임기 초에 올라갔다가 임기 중 점점 하락하는 등 부침이 심했지만 전체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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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쟁점 법안이 많았다. 반대 표결 성향이 높았던 진보 의안은 예산안 자동부의제 폐지를 담은 국회법 일부개정안,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 제출을 요구했을 때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이 있었는데 둘 다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25차례나 행사하기도 했다. 보수 의안 중에서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비준안,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이 반대 표결 성향이 높았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결국 부결됐다.

    양당 대표차 크지 않아… 조국혁신당 가장 왼쪽


    양당 간 차이와는 달리 현재 당대표의 이념점수 거리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가장 진보 성향을 보인 의원을 1위로, 가장 보수 성향을 보인 의원을 304위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위(-0.661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31위(1.050점)를 기록했다. 두 대표 모두 각 당의 평균 이념점수보다는 중도에 가까웠고, 거리 역시 1.711점으로 양당 평균 거리보다 좁았다. 대표 취임 전 친한동훈계로 분류됐던 장 대표의 이전 표결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실질적 정책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대표의 이념점수 차이는 컸다. 전현직 원내대표를 비교해보면 민주당 박찬대·김병기 의원과 추경호·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사이의 거리는 각각 2.259점, 2.222점으로 평균보다도 오히려 멀었다. 박찬대(124위)·김병기(150위) 의원의 이념성향은 민주당 중에서는 온건한 편이었지만 추경호(283위)·송언석(287위) 의원의 이념성향은 국민의힘 중에서도 강경한 쪽에 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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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별 의원 평균 이념점수를 보면 조국혁신당이 -1.346점으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0.993점인 진보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0.936점, 국민의힘은 1.224점이었다. 개혁신당은 0.272점으로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입장과 비슷했다. 개혁신당은 민주당과의 거리(1.208)보다는 국민의힘(0.952)과의 거리가 다소 가까웠지만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한규섭 교수팀은 “조국혁신당은 강성 진보 유권자층의 지지를 확보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공조를 끌어내고자 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위치인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대통령 지지율 유지가 중요한 만큼 정부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행보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의원들을 좌표상에 배치해보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과 개혁신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 없이 완전히 갈라졌다.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김상욱 의원(0.073)보다 더 진보적인 국민의힘 의원은 없었다. 개혁신당 의원 3명은 모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있었는데 김상욱 의원보다 진보적인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 중 가장 진보적인 조경태 의원(0.442)보다 보수적인 의원도 없었다.

    이미지만 강성? 의외의 온건 성향 의원들


    진보 성향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1위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2.659)이 차지했다. 신 의원의 뒤를 이은 진보 성향의 ‘강경파’는 이수진(-2.364), 이용우(-2.086), 민형배(-1.920), 고민정(-1.869) 민주당 의원 순이었다. 대통령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강유정 전 의원이 -1.545점으로 13위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조국혁신당 의원 중에서는 정춘생, 이해민 의원도 각각 11위(-1.699), 15위(-1.534)로 상위권이었다.

    가장 보수적 표결 성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는 304위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2.660)이다. 한 의원의 뒤를 이은 보수 성향의 강경파는 국민의힘의 윤한홍(2.115), 최은석(2.066), 박충권(2.042), 박대출(2.018) 의원 순으로,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의원들이 상위권 다수를 차지했다. 역시 친윤계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98위(1.796), 권성동 의원도 288위(1.56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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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에서 온건파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들을 꼽아보니 김상욱 의원을 비롯해 이소영(-0.300), 채현일(-0.427), 황희(-0.439), 김영진(-0.468) 의원 순으로 보수 성향이 높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의원 시절 이념점수만 놓고 보면 -0.554점으로 온건파 상위 20위권 내에 들었다. 현 국가안보실장인 위성락 전 의원(-0.509), 법무부 장관인 정성호 의원(-0.573) 등 현 정부 주요 인사가 온건파 상위권에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김예지(0.602), 권영진(0.603), 한지아(0.644) 의원 등 순으로 진보 성향이 높아 온건파로 분류됐다. 권영진 의원을 제외하면 조경태, 김예지, 한지아 의원처럼 대체로 친한계로 분류되거나 김재섭(0.685), 김용태(0.860) 의원 등 현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해온 의원들이 온건파 상위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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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 이미지이지만 표결 성향은 온건하게 드러난 의원들도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연일 대여 강경 발언을 내놓았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념점수가 0.949점으로 전체 214위에 그쳤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도 왼쪽에서 17번째로 온건파에 가까웠다. 법사위에서 주 의원과 반대편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념점수는 전체 190위(-0.429점)로 같은 당 의원 중에서는 가장 보수적 표결 성향을 띄었다. 범진보 진영 중에서도 4번째로 보수적이었다.

    강경 이미지로 손꼽히는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도 81위(-0.949), 108위(-0.813) 등으로 전체 범진보 진영 의원 중에서는 중간 정도의 성향을 나타냈다. 반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강성 이미지에 걸맞게 이념점수도 1.688점으로 296위를 기록해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도 가장 강경파 축에 속했다.

    영호남 출신, 초선일수록 강성


    지역별로는 전북(-1.046), 전남(-1.023), 광주(-1.014) 등 호남 지역 의원의 평균 표결 성향이 가장 진보적으로, 대구(1.289), 경북(1.228), 부산(1.067) 등 영남 지역 의원들의 표결 성향이 가장 보수적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 나눠보면 지역별 순위가 엇갈렸다. 민주당은 충북 출신 의원들의 이념점수가 -1.303점으로 전북, 전남 출신 의원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국민의힘은 강원 출신 의원들의 이념점수가 1.739점으로 대구, 경북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으로 나왔다.

    국민의힘은 선수별로 표결 성향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민주당은 선수가 높아질수록 온건한 표결 성향을 보였다. 초선 평균 이념점수는 -1.002점이었는데, 4선 이상은 -0.742점이어서 좀 더 중도 쪽으로 이동했다. 한 교수팀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재공천을 위해 당론에 충실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은 열세 상황에서 다선 의원들도 매우 강경한 표결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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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구의 정치 성향과 가장 괴리가 큰 의원들도 분석했다. 지역구별로 지난 총선에서 범보수 계열 정당의 득표율과 해당 지역구 의원 이념점수의 관련도를 회귀분석한 뒤 회귀선에서 가장 먼 의원을 뽑았다. 지역구 민심보다 더 진보적 표결 성향을 보인 의원은 민주당 이수진(경기 성남중원), 고민정(서울 광진을), 이용우(인천 서구을) 의원 순이었다. 반대로 더 보수적 성향을 나타낸 의원은 국민의힘 한기호(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나경원(서울 동작을) 순이었다.

    가장 많은 기권표를 던진 의원은 곽상언 민주당 의원으로 92건의 표결에 기권했다. 기권은 소속 정당의 주류 의견에 실질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에서는 고동진 의원이 59건으로 가장 많이 기권했다. 민주당 기권표가 가장 많았던 법안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으로 전체 기권수 37건 중 35건이 민주당 의원의 기권표였다. 국민의힘 기권표가 가장 많았던 법안은 ABC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지역신문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일부개정안으로 기권수 31건 전부가 국민의힘 의원의 기권표였다.

    ■ 어떻게 분석했나?

    22대 국회에서 한 번이라도 표결한 기록이 있는 전현직 의원 304명을 대상으로 했다. 국회 회기가 시작된 2024년 5월30일부터 올해 10월24일까지 862개 의안, 20만8086건의 투표를 문항반응이론(Item-Response Theory) 모형을 적용, 통계적 추론 방법의 하나인 베이지언 기법을 활용해 이념점수를 산출했다. 2004년 사이먼 잭맨 스탠퍼드대 교수팀이 제안해 학계에서 검증을 거친 방식이다. 거대 양당의 연도별 이념점수 차이는 ‘기대값 최대화 알고리즘’으로 시계열적 특성을 고려해 산출한 ‘동태적 이념성향 점수’로 계산했다. 이번 분석에는 한규섭 서울대 교수팀의 김진필(서울대 경영), 변유진(서울대 언어), 이성민(연세대 교육), 전승민(서울대 정치외교)씨가 함께 참여했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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