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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기고] 지역소멸 해결할 '분산에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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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손금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대한민국 전력체계는 한계에 도달했다.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송전망은 이미 포화 상태다. 전남·전북·제주 등에서는 계통이 재생에너지 생산을 감당하지 못해 전기를 버리는 출력 제한이 반복되는 반면 수도권과 대도시는 전력 수요 증가로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기가 남는 지역은 이를 보내지 못하고, 필요한 곳은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지산지소형 분산 에너지 정책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저장·조정·소비하도록 전력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쓰는 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탄소중립도, 지역균형발전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지금의 전력 위기와 해법을 정확히 관통한다.

    그동안 전력 정책은 중앙집중식 모델에 의존해왔다. 대규모 발전소는 지방에,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초고압 송전선에 모든 부담이 실렸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전기차 등 전력 수요 급증은 이 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주민 갈등과 환경 훼손,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송전선 증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분산 전력망은 기존 전력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지역의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하나의 전력망으로 묶고, AI 기반 운영을 통해 지역 내에서 생산·소비가 가능하다. 여기에 중압직류(MVDC) 전력망을 결합하면 인근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송전 부담은 훨씬 줄고 전력 효율은 높아진다.

    이에 더해 분산 에너지 정책은 지방을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첫째, 지역 산업단지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해 RE100 대응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둘째, 재생에너지 설비·운영·전력전자·ESS 등 전력산업의 생태계가 지역에 뿌리내리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셋째, 지역 주민과 농어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지역 소득 기반이 강화된다. 넷째, 전력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이 지역에 투자하거나 유치되는 효과가 있다.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분산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전력 공급망이 다원화되면 송전 사고, 기후 재난, 사이버 위협에도 국가 전력체계의 대응력이 높아진다. 지역 단위의 에너지 자립은 수입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높인다.

    물론 분산 에너지 확대는 전력망, 환경, 토지·수면 이용, 전력 거래 등 법·제도적 개혁과제를 수반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및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분산 에너지 사업, 직접 전력구매계약, 분산특구, MVDC 전력망, 환경·농지·수면 규제 완화 등 현안에 대한 해법과 제도적 전환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손금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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