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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환율 연말 종가 낮추기 급급…내년엔 어쩔 건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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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적극적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23일 장중 1484원을 돌파했다. 연말까지 올해 연고점이었던 지난 4월(1487.6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변동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달러 매수 심리를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불안한 환율 움직임은 '정부가 연말까지 어떻게든 1480원 초중반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 개입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와 닿아 있다. 오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연말 종가 환율' 때문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내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기준이 되는 결산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기업 부채가 덩달아 상승해 부채 비율을 높인다. 이에 따른 신용 리스크 상승은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실물경제에 부담을 끼친다.

    지난 4월의 전고점이 깨지면 현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서사도 작동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때 환율보다 더 악화한 숫자를 보지 않기 위해 정부가 거칠고 투박하게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환헤지 확대를 요구하고 최근 증권사를 불러 모아 해외 증권 영업 축소를 압박한 모양새가 그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내년 원·달러 환율엔 국내외로 여러 변수가 있다. 미국 쪽엔 상반기 경제 성장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한국 쪽에는 정부의 공격적 재정 지출과 미국에 약속한 투자펀드 개시 이슈가 원화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다. 이런 변수가 의미하는 점은 단 하나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 없이 재정을 방만하게 풀면 내년 환율이 1500원을 뚫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정부가 총력을 다해 연말 환율을 1480원대로 막은들 달러 수급 불안 심리는 개선되지 않는다. 정부의 '패'는 시장에 읽혔다. 달러를 풀어 방어선 구축에 급급하기보다, 내년 한국 경제의 반등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구조개혁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환율 안정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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