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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사설] 영수증에 ‘컵값 따로’ 표시한다고 일회용컵 줄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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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녹색연합 등 환경 단체 활동가들이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발표와 대국민 토론회에 앞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 감축을 대책에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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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3일 ‘컵 따로 계산제’를 골자로 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30% 이상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폐기물 부담금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 전반적으로 목표·방향은 맞지만 구체적 대책은 모호하다. 일회용컵 가격을 영수증에 표시해 텀블러 사용을 유도한다는 게 핵심인데, 단순 ‘알림 기능’ 이상 의미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목표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기후부가 이날 공개한 대책을 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생활계·사업장 배출 폐플라스틱을 전망치(1012만t) 대비 3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핵심인 원천 감량을 통해 100만t을 줄일 계획은 일회용품 사용 감소에 초점을 뒀다. 대표적인 게 컵 따로 계산제다. 이를 통해 이미 시행 중인 텀블러 할인 이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2003년 시행돼 컵 회수율이 37.6%(2006년)까지 이르며 효과를 입증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역별 자율 시행키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도 요청하면 제공된다. 대신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대상에 포함돼 식음료 프랜차이즈 등은 일정량을 수거해 재활용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자의 재활용 책임은 늘리되 소비자 불편은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100~200원 선인 컵 가격은 현재도 음료 가격에 반영돼 있어 컵 따로 계산제는 사실상 구호에 불과하다. 더구나 머그잔 사용 때 별도 할인 혜택은 없다. 기후·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정책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선의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불편을 감수할 경제적 유인이 분명해야, 소비자의 각성도 지속 가능하다.

    플라스틱 사용은 국민 대부분이 편익의 수혜자여서 정부가 강한 대책을 내놓기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든 판매자든 편익이 발생한다면 마땅히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공동체 관점의 과감한 접근을 해야 한다. 쓰레기종량제나 공해분담금처럼 그런 사례는 무수하다. EPR과 폐기물 부담금을 확대·인상하듯 일회용품 사용에도 직접적인 억제·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회용컵 유상화와 그 반대급부로 보증금제 확대, 다회용 배달용기 지원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적응할 로드맵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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