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 - 대장동 수익 5100억 여원 가압류 성공 비화
강찬호 논설위원 |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 손아귀에 되돌아갈 뻔했던 5100억 여원이 성남시의 ‘가압류 작전’으로 다시 묶이게 됐다. 성남시는 김만배·남욱·정영학·유동규 등 4명의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5개 법원에 14건의 가압류 신청을 한 결과 인용 12건, 기각 1건, 미결정 1건의 판단이 내려졌다고 23일 밝혔다. 청구가액 5673억원 중 5173억원 상당을 묶어둘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대장동 일당 우두머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자산인 4100억원 상당 예금 채권 3건이 가압류된 게 핵심이다. 가압류 작전을 이끈 신상진 성남시장을 만났다. 의사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성남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변호사)과 함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친하게 지낸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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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포기 직후 남욱 강남땅 반환 요구에 경악
빅10 로펌들‘정치적 사건은 수임 못해’손사래
자문변호사 4명, 18일만에 12건 가압류 끌어내
정성호 장관 등 고발, 반드시 심판대 세우겠다”
신상진 시장은 “3년반 재임 중 보람있는 일이 과거 시장들이 기피했던 탄천 정비”라며 “비만 오면 침수되던 탄천을 환경운동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비한 끝에 홍수 걱정 없고 수달들이 노니는 친환경 공원으로 탈바꿈 시켰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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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들 “결국 이재명 사건”이라며 거절
Q : 가압류 성공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수임할 로펌을 구하는 데 애로가 있었다면서요.
A : “지난달 중순 국내 굴지의 ‘빅 10’ 로펌에 수임을 요청했더니 ‘힘듭니다’ ‘곤란합니다’며 거절해요. ‘정치적 사건은 수임 안 합니다’는 로펌도 있더군요. 이재명 대통령도 소송 대상으로 오해하고 있던 거예요. ‘김만배·남욱 등 민간인만 대상’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본안 소송 가면 다 연결될 것’이라며 거절해요. ‘대표님과 상의해보겠다’고 하더니 ‘이유는 모르지만 안 한다고 하십니다’고 전해온 로펌도 있어요. (왜 그랬을까요?) 정부·여당이 우리의 가압류 시도에 뒷짐만 지고 있었겠나 생각하는 게 상식 아니겠어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성남 시민들 피해는 ‘민사소송이 남아있다’고 했다는데 현실은 정반대인 겁니다. 정 장관 등 4명을 지난달 19일 공수처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는데 최근 배당이 됐다고 합니다. 반드시 심판대에 세울 겁니다.”
Q : 가압류에 나선 경위는요?
A : “검찰의 항소 포기 다음날 남욱이 역삼동 500억원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 해제를 신청할 것이란 뉴스를 듣고 경악했어요. 즉각 성남시 자문 변호사 4명과 회의를 열었더니 ‘가압류 시도할 만하다’고 해요. 1심 판결문이 ‘김만배 일당은 사업 초기부터 모의 공모했다’며 범죄임을 적시했고, 검찰도 범죄 수익이 7800억원에 달한다며 4450억원을 추징보전한 게 근거란 거죠. 그래서 서둘러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는데 정영학·남욱 재산은 2~3일 만에 인용이 나왔어요. 그런데 김만배는 자료 불충분이라며 보정 명령이 떨어졌어요. 변호사들이 달려들어 김만배 재산 3000억원이 묻힌 화천대유와 1000억원이 묻힌 ‘더 스프링’이 김만배가 100% 주식을 가진 1인 회사임을 밝혀내 제출했더니 보름여만인 18일 인용이 됐어요. 법원이 정권 눈치 보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양심있는 판사들이 계신다는 게 입증된 거죠. 김만배 가압류분만 4100억원이 넘어요. 그는 1심에서 428억원만 추징 당했으니 근 10배를 지켜낸 거죠.”
Q : 가압류의 효과는 뭔가요?
A : “성남시가 국가(검찰)에 이어 2순위 가압류권자가 된 겁니다. 법원이 검찰의 추징보전을 풀어줘도 성남시가 친 가압류 망에 김만배 일당 재산은 다시 갇히는 거죠. 다만 우려되는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Q : 그게 뭔가요?
A : “검찰이 집계한 추징 보전 대상 목록에 올라있는 자산 5100억 여원을 가압류하긴 했지만 그 돈이 들어있다는 통장 내역을 확인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변호사들이 대장동 일당이 돈을 예치한 주요 은행 세군데를 대상으로 ‘제3자 진술 최고’를 요청했죠. 이러면 법원이 은행에 통장 내역을 물어보는데, 답변 나온 게 전무해요.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은행들인데 권력 눈치를 보는 형국입니다. 통장 공개를 촉구합니다. 왜 그러냐면, 검찰이 김만배 누나 이름으로 돼있는 ‘천하동인 3호’가 받은 이익 배당금 100억원을 추징보전했는데 깡통임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나중에 검찰이 계좌를 조사하니 추징보전 이전에 상당 부분이 인출돼 부동산 매입에 쓰인 게 드러났어요.”
“민주당, ‘범죄수익 환수’ 현수막도 시비”
Q : 대장동 1심 직후 검찰이 항소 포기했을 때 시민들 반응은요?
A : “만나는 시민마다 분노에 떨며 ‘7000억원 꼭 찾아주세요’라고 호소해요. 특히 토지를 헐값에 수용 당한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번 가압류 성공을 계기로 시민 소송단을 꾸리고 있어요. 정성호 장관 등에게 항소 포기로 인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시민 1만명 이름으로 추진 중입니다. 피해액이 수천억원이라 인지대만 수십억원이 들 전망입니다. 시민들 성금과 뜻있는 변호사들의 무료 변론으로 헤쳐나갈 겁니다. 법률 자료와 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Q : 성남시 의회 민주당은 가압류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요?
A : “관내에 ‘대장동 범죄 수익 7400억 환수하겠습니다’는 현수막들을 걸었는데 민주당 측이 ‘게시 기간 30일을 넘겼다’며 떼라고 해요. 이재명 시장 시절 세월호 관련해 박근혜 정부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은 몇 년씩 걸려 있었는데 말입니다.”(배석한 시 관계자는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 모 의원은 범죄 수익이 어디 있느냐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 ‘판결문에 다 나와 있는데요’라고 하니, 즉답을 못 하고 ‘현수막이나 떼세요’라고 하더군요”라고 했다.)
Q : 대장동 단지는 가 보셨나요?
A : “그럼요. 시내와 떨어지고 터널로 연결되는 지역이라 기반 시설이 부족해 도서관을 300억원, 사회복지관을 500억원 들여 각각 짓고 있습니다. 또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인 ‘성남의뜰’이 해주기로 했던 고압 송전선 지하화 사업도 실현이 안 돼, 성남시가 소송을 건 상태예요. 시가 패소할 경우 1000억원 넘는 세금을 써야 할 상황이 됩니다. 대장동 수익 7000억 여원 중 1800억원만 성남시가 가져가게 한 조항이 없었다면 다 해결이 됐을 겁니다.”
Q : ‘옹벽 아파트’ 논란인 백현동 단지도 가보셨나요?
A : “갔죠. 옹벽 문제로 주민 센터 건물이 법원의 건축 승인을 받지 못해 주민들 고통이 큽니다. 뒷산 주민 공원에 올라가는 길이 너무 가파른 것도 문제고요.”
Q : 시청 2층에 있던 시장실을 4층으로 옮겼는데요.
A : “2022년 당선 직후 옮겼죠. 이재명 시장 때 정진상 등 측근들이 시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의미로 ‘2층의 뜻’이란 말이 유행했어요. ‘밀실’ 격이 된 2층이 싫어 4층으로 시장실을 옮기고 2층은 자원봉사 센터로 시민에 개방했죠. 2층 시장실 시절 민원인들 올라오는 것 막으려고 1층에 설치한 게이트도 없앴고요. 또 이재명 시장 시절 비서실 측근들이 시에서 주는 공용폰을 자꾸 바꾸고 반납도 안 해 문제가 됐어요. 저는 3년 반 전 취임 직후 받은 공용폰 한대만 지금까지 쓰고 있는데 시민들 민원 듣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재명과 호형호제…별명이 싸움닭”
Q : 이재명 대통령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면서요?
A : “1992년에 성남시에 의원을 개업한 뒤 지역 YMCA 이사직을 맡아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는데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통령도 이사로 있어 안면을 텄죠. 그는 날 ‘원장님’으로 불렀는데 매주 두세 번씩 술 먹을 만큼 친하게 지냈어요. 당시 이 변호사의 어머니와 누이들이 성남 상대원에서 가난하게 살았는데 내가 그분들 주치의를 맡아 싸게 또는 공짜로 진료도 해드렸죠. 어머니가 고혈압과 당뇨로 자주 오셨어요. 3년 전 대선 때는 이 대통령이 ‘형수님 잘 계시죠’란 문자를 텔레그램으로 보내오기도 했죠.”
Q : 대통령 최측근인 김현지 부속실장과도 인연이 있다면서요.
A : “1998년 나와 이재명 변호사(당시)는 성남 시민 모임의 지도부로 함께 일했어요. 그때 사무국장 밑에서 일할 간사가 필요했는데 어느 날 이 변호사가 후보감으로 당시 대학 갓 졸업한 김현지를 추천하길래 다 함께 점심 먹으면서 면접을 봤죠. 똑똑해 보이고, 박봉인데도 일하겠다고 해서 취직시켰죠. 알고 보니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이 변호사에게 김현지를 소개했다고 하더군요. 박 전 의원이 PD 계열이니 김현지도 그랬을 겁니다. 그 뒤 2년간 김현지 간사랑 같이 일하기는 했지만 직접 대면하고 지시할 기회는 없었고, 회의나 뒤풀이에서 얼굴 본 정도죠. 꼼꼼하게 일한 것으로 기억해요. 최근 TV로 보니까 나이 든 티만 나지 안경이며 외양은 그때랑 똑같더군요.”
Q : 친하게 지내면서 알게 된 이 대통령의 면모는요?
A : “승부사 기질이 강해 성남에서 별명이 ‘싸움닭’이었어요. 피아 구별이 분명하고, 당근과 채찍을 잘 써 리더십이 있었죠. 내가 붙여준 별명이 ‘형사 콜롬보’예요. 오성수·김병량·이대엽 등 보수정당 출신 시장들과 자주 식사하고 술 마시길래 내가 ‘시민단체 사람은 시장과 거리를 둬야 하지 않나’고 했더니 ‘걱정 마세요. 정보 캐려는 겁니다’고 해요. 몇 달 동안 그렇게 해서 시장의 마음을 산 뒤 그동안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격한 끝에 죄다 낙마시키더군요. 언론 관리도 잘했죠. 기자들과 잘 어울렸어요. 또 재테크에도 일가견이 있어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6000만원짜리 24평 전세 살고 있던 내게 이 변호사가 ‘원장님, 분당에 경매로 3억원짜리 상가가 나왔는데 금방 10억원이 된다’며 사라고 권해요. ‘난 경매로 돈 버는 건 관심없다’라고 하니 ‘저는 (경매) 많이 했습니다. 원장님이 돈 없으니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해요. 거절하고 술만 함께 마셨죠.”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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