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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4 (일)

    일회용품, 장례식장서도 금지… 배달용기는 정해진 재질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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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폐플라스틱 30% 감축키로

    조선일보

    서울의료원의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서울시


    앞으로 장례식장에서 일회용 수저나 종이컵을 쓸 수 없고, 택배 박스 안에는 배송되는 물건을 제외한 공간이 절반을 넘으면 안 된다. 카페에선 컵값을 따로 내고, 빨대는 요청 시에만 받을 수 있다. 배달 음식 용기는 일회용품을 쓸 수 있지만,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재질과 두께·색상이 규격화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종이 빨대처럼 무리한 규제를 추진하다가 다시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탈(脫)플라스틱 종합 대책’ 정부안을 발표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일단 내년은 유예 기간으로 운영하고, 2027년부터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를 통해 2023년 771만t이던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30년 약 700만t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원래 2030년 전망치가 1012만t에 달하는데, 이를 약 30% 줄이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장례식장에선 테이블에 까는 비닐과 일회용 수저, 종이컵 등을 쓸 수 없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등 일부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서 자발적으로 운영 중인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아예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카페 등 매장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으면 100~200원의 컵값을 따로 받고, 빨대도 소비자가 요청할 때만 제공하도록 했다. 택배 포장을 할 땐 박스 안에 남는 공간이 50%를 넘으면 안 되고, 완충재를 감싸는 것 외엔 추가 포장도 금지된다. 비닐 완충재는 빈 공간 산정 때 포함되지 않고, 종이 완충재만 일부 인정해 준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재질·색상 등을 규제해 재활용성이 높은 플라스틱만 유통되도록 유도하는 안도 담겼다. 이렇게 되면 재생 원료 확보가 원활해져 200만t의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규제가 없었던 배달 음식 용기는 ‘에코(친환경)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재질과 두께·색상 등이 통일된다. 보통 배달 용기는 PP(폴리프로필렌) 재질인데, 색상이 다양할 뿐 아니라 PP 외에 다른 재질이 섞일수록 고품질 재활용이 어려웠다. 이에 용기를 단색·단일 재질로 통일하고,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두께로 제작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력한 ‘EU(유럽연합)식 규제’를 따른다. EU는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만들어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몰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은 포장재법에 따라 일회용품 생산 시 단일 재질을 유도하고, 프랑스는 재질·색상 등을 세부적으로 규제한다.

    하지만 이번 정책을 둘러싸고 “국민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못 쓰게 되면 조문객 접대에 필요한 그릇과 수저를 일일이 설거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2021년에도 식기 세척기 등이 갖춰진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장례식장들이 규제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오히려 세척 장비를 없애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제도 시행을 유예했다. 빨대도 매장에 비치해 놓으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가져갈 수 있는데, 소비자들이 별도로 요청할 때만 꺼내서 줄 수 있도록 해 매장 직원과 소비자만 번거로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리하게 일회용품 규제를 추진했다가 제자리로 돌아간 과거 사례가 반복될 거란 지적도 있다. 정부는 축·수산물이나 국물 있는 음식을 포장할 때 쓰는 PVC(폴리염화비닐) 소재 랩을 대형 마트 등에서 쓰지 못하도록 규제했다가 업계 반발에 규제를 사실상 취소했다. 또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쓰게 하거나 편의점·제과점 등에서 비닐봉지를 못 쓰게 한 규제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철회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관련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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