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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2021년 경기 광주시에서 적발된 불법 번식장. 동물자유연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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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 이른바 '루시법'이 재발의되었다.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는데 올해 11월 다시 발의되었다. 루시법은 영국에서 번식견 '루시'의 학대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발의된 한국형 루시법은 반려동물 경매업 퇴출과 6개월령 미만 개, 고양이의 판매 금지가 핵심이다.
이 법안을 두고 찬반 목소리가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공장식 번식을 막고, 유기동물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환영하는 쪽이 있는 반면, '대안 없는 규제로 펫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만 무너뜨리고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쪽도 있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번식장만 2,000곳 이상이고, 경매장 한 곳에서만 월평균 2,500마리의 개, 고양이가 거래된다는 보고도 있다. 단순 계산해 보더라도 연간 거래량은 족히 수십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과잉 공급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고, 매년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데에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분명 크게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는 분명 필요해 보인다. 국제적으로도 강아지 공장이나 펫숍을 금지하는 등 동물 생산, 판매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당장은 논란과 갈등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현재의 제도를 손보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입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과 성숙도이다. 사실 지금의 동물보호법도 결코 엉성한 법은 아니다.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거나 단속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뿐이다. '경매장을 없애면 다른 방식의 불법 거래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그런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우려다. 실제로 영국도 루시법 시행 후 강아지 밀반입이나 무허가 브리더의 온라인 판매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동물학대 관련 뉴스를 보며 '우리나라는 왜 이리 동물학대에 관대하냐, 법을 더 강하게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동물학대에 엄격한 나라로 알려진 독일 역시 동물을 학대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으로 처벌 수위는 우리와 같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 동물학대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훌륭한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것이 훨씬 더 큰 과제일 것이다.
이장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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