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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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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두면 손해” 잠자던 퇴직연금 깨우는 법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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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A·연금저축·ETF까지…연금 투자,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세계일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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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이 급등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잠자던 돈’을 다시 들여다보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사실상 방치돼 있던 퇴직연금 계좌를 직접 운용해보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몰랐다”…10년 차 직장인의 퇴직연금 각성기

    직장인 10년 차 김모(38) 씨도 그중 한 명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김 씨는 퇴직연금 계좌를 처음으로 열어봤다. 계좌에는 약 3000만원이 쌓여 있었다.

    김 씨는 “회사에서 자동으로 들어오니 신경을 안 썼다”며 “그동안 사실상 현금처럼 방치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증권사 앱을 설치한 뒤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퇴직연금 전용 ETF에 투자했다. 다만 일반 계좌에서 흔히 보는 ‘TIGER 미국S&P500’ 같은 상품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바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ETF는 별도로 정해져 있고,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퇴직연금 전용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점에서다.

    세계일보

    퇴직연금과 ISA, 연금저축 계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금 자산을 직접 운용하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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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A는 3년, 연금저축은 55세…‘중도 인출’이 가장 중요한 차이

    퇴직연금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계좌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연금저축 계좌다. 하지만 이들 계좌의 가장 큰 차이는 ‘언제 돈을 뺄 수 있느냐’다.

    ISA는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년이 지나기 전 돈을 빼면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이 사라지고 일반 과세가 적용된다. 단, 원금 인출 자체는 가능하다.

    연금저축은 성격이 더 엄격하다. 만 55세 이전에 인출하면 ‘연금’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간주돼 세금 부담이 커진다. 사실상 노후 자금으로 묶어두는 계좌다.

    퇴직연금 역시 연금저축과 마찬가지로 노후 자산에 해당해 중도 인출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잃으면 안 되는 돈’으로 분류한다.

    ◆ “퇴직연금은 공격보다 안정”…채권 60%·주식 40% 권하는 이유

    퇴직연금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수익률보다 생존이다. 한 번 크게 흔들리면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자산 배분으로는 채권 60%, 주식 40% 비중이 자주 추천된다. 주식 비중을 통해 물가 상승과 성장 수익을 노리되, 채권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방식이다.

    특히 국채는 퇴직연금의 ‘기둥’ 역할을 한다. 국채는 국가가 원리금 상환을 보장하는 채권으로, 사실상 부도 위험이 가장 낮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가격이 오르는 특성도 있어, 향후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방어와 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계좌가 아니라, 오래 버텨야 하는 계좌”라며 “채권 비중을 무시한 공격적 운용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 ETF 투자, 해외 직투와 국내 상장 ETF는 다르다

    ETF 투자 방식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ETF는 크게 해외 직투와 국내 상장 ETF로 나뉜다.

    해외 직투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는 방식이다. S&P 500 ETF를 달러로 매수하는 구조로, 환율 변동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예를들면 QQQ나 SPY가 해당된다. 매매 차익에는 양도소득세 22%가 적용된다.

    반면 국내 상장 ETF는 원화로 거래된다. 해외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어 접근성이 높고, 퇴직연금·연금저축 계좌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들면 Tiger 미국 S&P500이 있다. 세금도 다르다.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가 적용되는 구조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아예 해외 직투가 불가능하고, 국내 상장 ETF 중에서 퇴직연금 투자 가능 상품만 선택할 수 있다. 김 씨가 ‘미국 S&P 500 ETF’를 찾다 혼란을 겪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연금은 상품보다 구조”…알아야 손해를 피한다

    전문가들은 연금 투자의 핵심을 ‘상품 선택’보다 ‘계좌 구조 이해’에서 찾는다. 언제까지 묶이는 돈인지, 중도 인출 시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세금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수익률 경쟁을 하는 계좌가 아니라, 세금과 시간 싸움을 하는 계좌”라며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투자 전략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ETF란?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여러 주식이나 채권을 한 바구니에 담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펀드다. 개별 종목을 고르지 않아도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S&P 500이란?

    S&P 500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대형 우량 기업의 주가를 묶어 만든 지수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미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이 포함돼 있어, 미국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불린다.

    ◆S&P 500 ETF는?

    S&P 500 ETF는 이 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개별 종목을 하나하나 고르지 않아도 미국 대표 기업 500곳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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