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권총사격장 규제 사각지대…이격거리·소음 기준도 없어
권총 사격 |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최은지 기자 = 실탄에 맞은 20대 남성이 숨진 인천 한 민간 사격장과 관련해 지난 6개월간 소음 피해와 안전성 우려 민원이 계속해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격장이 입점한 상가·오피스텔 건물의 입주자들은 허술한 인허가 체계와 관련 법 사각지대가 결국 이번 사고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 잇따른 민원에도 조치 불발…석궁보다 못한 권총 규제
28일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연수구 송도동 실내 민간 사격장과 관련해서는 지난 6월부터 소음 피해와 안전성을 우려하는 민원이 계속해 경찰에 들어왔다.
해당 사격장 위층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민원인은 "사격장 소음이 안방, 거실, 작은방 등 집 전체에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있다"며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등 학령기 자녀의 학업에도 큰 악영향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사격장은 지난해 8월 인천경찰청의 허가를 받은 뒤 완성 검사를 거쳐 올해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사격장법)은 실외 복도식·격벽식·자연식 소총·권총 사격장은 종류별로 각각 주거시설과 15∼50m의 이격 거리를 두도록 규정하지만, 실내 권총사격장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심지어 실내 석궁사격장에도 '주거시설 이격거리 1m 이상' 규정이 적용되지만, 실내 권총사격장의 위치와 관련한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사격장법은 실내 권총사격장에 총성 외부 방출을 막는 방음시설을 설치하라고 규정하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규제 소음 기준은 없다는 이유로 적정한 방음재를 설치했는지 확인한 뒤 허가를 내줬다.
경찰 관계자는 "사격장에서 테스트를 통과한 방음재를 사용했는지 확인한 뒤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며 "사격장 측은 (소음 민원이 제기된 뒤인) 지난 9월 방음재를 보완했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권총 소음기를 해외에서 구매하려고 했으나 통관에 문제가 있어 들여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격장 출입문에 붙은 안내문 |
◇ 사격장 영업 재개 예고…경찰, 제도 개선 요청
민원이 계속되던 사격장에서는 지난 22일 오후 5시 14분께에는 이용자 A(21)씨가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에서 발사된 실탄에 맞아 숨졌다.
우울증을 앓던 A씨는 사격장에 3만원을 내고 실탄 10발을 쏘던 중 자신의 권총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아 머리 부위를 크게 다쳤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격장법은 사격장 이용 제한 대상으로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 음주자, 심신 상실자, 위해 발생 우려자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A씨와 같은 고위험자를 걸러낼 구체적인 절차는 명시하지 않았다.
사격장 측은 A씨를 손님으로 받으면서도 심신상실이나 위해 발생 우려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설문이나 문답 등 다른 절차를 밟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사격장 측은 최근 출입문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영업을 잠시 중단했고 2026년에는 기대해주신 만큼 더욱 즐거운 프로그램과 새로운 총기로 찾아뵙겠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사격장 입주 건물의 주민은 "사격장에서 총성이 다 새어 나가는데도 경찰은 서류(시험성적서)가 통과됐으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완성검사를 진행했다"며 "사실상 허위 검사를 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허가 당시 조건으로 '민원 발생 시 영업정지'를 명시했으나 사격장을 방치하면서 결국 사고까지 났다"며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사격장은 일시적으로만 운영하지 않다가 다시 영업을 재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 담당 부서는 실내 권총 사격장 운영과 관련한 제도적 미비점은 인정하면서도 인허가는 총포협회의 기술 검토와 정밀진단 등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찰청은 또 제도적 미비점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청 본청에 실내사격장의 위치 제한과 관련한 규정을 신설하고 사격장 소음 제한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경찰청 감찰계는 민원인의 주장을 토대로 사격장 허가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가 난 사격장에는 관련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 제한 조치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실내사격장과 관련한 제도적 미비점들이 해소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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