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악화, 술자리 감소, 저도수 트렌드
사케 등 저도수 신주종 발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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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대신 운동
올해 주류업계는 고난의 한 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계엄·탄핵 여파로 유흥 시장이 얼어붙었다. 기업들은 일제히 송년회를 취소했다. 술집엔 예약 취소 문의가 빗발쳤다. 연말연시 유흥가는 한산했다. 그나마 자리를 채운 사람들도 밤 9~10시면 집으로 떠났다.
조기 대선이 열린 뒤 상황은 안정됐지만 '주심(酒心)'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류업계의 소비 증가를 이끌던 2030 젊은 층은 이제 퇴근 후 소주 한 잔을 기울이기보다는 피트니스 센터로 달려간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여전히 유효했다. 그나마 술을 찾는 소비자들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위스키, 와인, 사케를 찾았다.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1~3분기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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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국내 주요 주류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2.2% 줄어든 1조928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2.8%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새로'로 재미를 봤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도 올해엔 매출이 7% 넘게 깎였다. 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오비맥주 역시 올해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그러다보니 올해엔 눈에 띄는 신제품도 없었다. 2023년엔 새로가 소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왔고 켈리도 맥주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아사히가 '풀오픈탭' 캔맥주를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엔 크러시가 등장하며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클라우드와 자리바꿈을 했다. 칼로리를 낮춘 '라이트 맥주'도 인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업계에서도 놀랄 만큼 조용한 한 해였다.
무알코올 혹은 저도수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주류업계는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올해 저도수·무알코올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칠성은 지난 7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췄다. 2021년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 지 4년 만의 재조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소주 브랜드 4종(참이슬 후레쉬·진로이즈백·처음처럼·새로)이 모두 알코올 도수 16도가 됐다.
도수가 낮아지고 있는 건 소주뿐만이 아니다. 유흥 시장에서 소주의 대체재로 선택되는 매화수는 올해 들어 도수가 12도에서 9도로 대폭 낮아졌다. 편의점 주류 트렌드를 이끄는 캔 하이볼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도수가 떨어지고 있다. 하이볼 트렌드가 시작된 2022년 CU가 내놨던 '어프어프 레몬토닉 하이볼'의 도수는 9도였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리얼 레몬 하이볼'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도였다. 올해엔 '3도'짜리 하이볼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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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을 뒤흔들었던 하이볼 트렌드도 저도수 열풍에 꺾였다.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의 위스키 수입량은 1만7562톤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 역시 1억6876만달러로 6%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그 자리는 '더 저도수'인 사케가 차지하고 있다. 수입량이 전년 대비 13.5% 늘어나며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도수가 낮은 '부드러운 술'이라는 점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이렇다보니 무알코올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올해 주류업계 최대 격전지는 맥주도 소주도 아닌 무알코올이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1위는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 0.00'이다. 카스의 경우 그간 소량의 알코올이 있는 '비알코올 맥주' 카스 0.0을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무알코올 버전인 '카스 올 제로'를 내놨다. 완전한 무알코올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른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도수·무알코올 트렌드는 일시적인 게 아닌 주류 시장의 거대한 흐름"이라며 "국내 주류업계도 다양한 주종을 내놓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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