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8 (일)

    [자살예방, 뭐든지 해야 한다] 총리실 자살대책추진본부에 유족이 거는 기대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는 자살예방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할만한 일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자살 문제 있어 당사자라면 자살 유족과 자살 시도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살유족이 협회를 만들고 자살예방 운동에 나섰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당사자 운동'입니다. 정부 정책만으로는 자살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당사자와 시민이 나서 정부에 정책을 요구하고, 자살예방에 참여해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MB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자살유족협회


    대통령의 지시 아래 정부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시민단체에서는 대통령실 직속을 원했지만, 어떤 조직이든 잘 갖춰 제대로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총리실에서는 자살과 관련한 부처와 기관이 많다보니 조직을 꾸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와중에 자살유족협회가 총리실에 세 가지 제안을 건넸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무총리실 자살대책추진본부 설치를 환영하며,
    자살유족의 참여와 공적 책임을 촉구한다

    한국 정부가 자살 문제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차원의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 이는 자살을 개인의 비극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로 재정립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동안 자살 예방 정책은 목표치만 제시할 뿐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전환을 맞이하지 못했다. 이러한 때에 상설 조직으로서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정책의 기획·집행·평가를 총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 의미 있는 전환이고 진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변화가 또 하나의 행정 조직 신설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자살 문제는 통계와 제도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그 중심에는 ‘남겨진 이들, 곧 자살유족의 현실과 경험’이 존재한다. 자살유족은 자살 예방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예방의 주체이다. 자살 이후의 고통, 사회적 낙인, 애도의 부재, 그리고 반복되는 2차 피해는 여전히 많은 유족들을 침묵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

    자살유족은 그 동안 정책 논의의 주변부에 머물러 왔다. 정책은 유족을 ‘지원 대상’으로만 호명했을 뿐, 정책을 함께 설계하고 평가하는 동등한 파트너로 초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자살 이후의 사후관리, 유족 지원, 2차 자살 예방에 관한 정책은 현장의 현실과 괴리된 채 반복되어 왔다.

    이에 한국자살유족협회는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첫째, 국무총리실 자살대책추진본부의 구성과 운영 과정에 자살유족 당사자와 자살유족 단체가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자살유족의 참여는 상징이 아니라 실질이어야 하며, 자문기구 수준을 넘어 정책 논의와 평가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자살 예방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자살유족 지원과 사후관리 정책을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역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자살유족에 대한 지원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자살을 막기 위한 핵심적인 예방 전략이다.

    셋째, 지역사회, 민간단체, 종교기관과 함께 자살유족을 고립시키지 않는 사회적 애도와 돌봄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애도할 수 없는 사회는 같은 비극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자살유족은 더 이상 침묵 속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고통의 한복판에서 생명을 지키는 일을 선택해 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자살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자살유족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책임을 나누는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국무총리실 자살대책추진본부가 이러한 원칙 위에서 운영될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자살을 줄이는 사회, 애도할 수 있는 사회, 생명을 지키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12월 22일
    한국자살유족협회

    ※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렌(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