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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닛케이 “유럽연합 자동차 탄소섬유 규제 철회, 일본 기업 로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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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밖에 유럽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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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과 유럽의회, 유럽이사회 등 EU 3개 기관이 자동차 차체에 사용할 수 없는 규제 물질 목록에서 탄소섬유를 제외하기로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9일 보도했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EU에 로비를 벌인 결과다. EU가 보건·환경적 가치에 따라 추진하던 규제안이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힌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EU는 폐자동차의 재활용을 규정하는 ‘폐차 처리 기준(ELV) 지침’을 개정하면서 탄소섬유에 대한 규제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탄소섬유는 금속보다 가볍고 강도는 높아 차체 경량화가 필수적인 전기차나 고급 차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항공기 소재로도 쓰이는 물질이다.

    애초 유럽의회는 지난 4월 탄소섬유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며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ELV 지침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유럽의회는 차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수은, 납, 카드뮴 등 유해물질과 마찬가지로 탄소섬유도 차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계획이었다. 유럽의회는 차체에서 탄소섬유를 제거,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섬유가 인체 피부나 점막 등에 통증을 일으키고 폐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EU가 태도를 바꿔 탄소섬유 규제 방침을 철회한 배경에는 일본 기업들의 로비가 있었다. 화학소재 제조사인 도레이, 미쓰비시케미칼, 데이진 등 일본 기업 3사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주축이 된 일본화학섬유협회는 유럽의회가 탄소섬유 규제 여부 검토에 착수한 지난 4월 “탄소섬유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거점을 둔 ‘재유럽 일본계 비즈니스 협의회’는 5월 전담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EU 정책 입안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에는 일본 기업들과 미국 기업 헥셀 등이 탄소섬유와 관련한 이익단체를 유럽에 설립하고 로비 활동을 본격화했다.

    소재 제조사뿐만 아니라 고객사인 유럽자동차공업협회도 이런 움직임에 동조했다.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나 영국의 맥라렌 오토모티브 등 차체 경량화를 위해 탄소섬유를 대량 사용하는 스포츠카 제조사들이 규제 반대에 앞장섰다.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유럽복합재료산업협회는 “탄소섬유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상 유해 물질로 분류되지 않았다”며 “유럽의 규제 틀 안에 탄소섬유를 적절히 편입시켜야 한다”고 요청했다.

    EU는 기업들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서면서도 탄소섬유를 재활용이 어려운 물질로 분류해 추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탄소섬유를 ‘우려물질’에 포함해 계속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우려 물질로 지정되면 EU가 추후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에 정식으로 발표되며 관계기관의 승인을 거쳐 내년 중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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