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①]한순구 연세대 교수
K칩 미래 용인 클러스터 '전력 지원' 관건
제2의 대분기 될 AI 산업…운명은 전력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전력 공급해야
한순구 연세대 교수 |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 미국역사학협회장 등을 지낸 케네스 포메란츠 교수는 저서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를 통해 “영국은 석탄을 이용해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기술, 자본, 인재가 있더라도 증기기관을 돌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석탄을 구할 수 없다면 산업혁명을 시작할 수 없었다는 진단이다. 영국은 국토 전체에 석탄을 캘 수 있는 탄광이 골고루 분포해 있었다는 행운 덕분에 증기기관을 만들어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은 그 경제적인 효과가 산업혁명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한다. AI가 등장한 현재가 제2의 대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의 향후 수백 년의 삶이 ‘AI 대분기에 국가 간 경쟁에서 성공하는가’에 좌우된다. 영국 산업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AI 산업혁명의 운명은 이 시대의 에너지인 전력에 달려 있다.
문제는 AI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전력 공급은 각종 규제에 직면해 있다. 또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데이터센터까지 보내는 송전 작업도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 등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마치 가까운 곳에 석탄이 없어 산업혁명을 이루지 못했던 20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미국의 메타와 오픈AI, 일본의 사쿠라인터넷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전력 공급을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발전소에 가까운 곳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직접 전력을 공급받는 직거래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 필요한 전력 15GW(기가와트) 중 9GW만 확보했다. 필요 전력의 5분의 3만 확보했을 뿐이다. 국가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3년간 60% 이상 오르며 기업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전력 공급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를 높이고, 통상 수년이 걸리는 신규 발전소 건설·장거리 송전선로 확충에 대한 인허가 등 각종 규제 완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전 세계 AI 인재, 자본, 기술이 한국으로 모여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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