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조사위 “자연재해·인재가 복합 작용”
서울·대우건설·강동구 “최종보고서 봐야”
9개월 지나도 책임 물을 곳 없는 피해자들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 생긴 싱크홀(땅꺼짐)의 25일 모습. 2025.3.25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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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발생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땅꺼짐) 사고로 피해를 본 시민들이 9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책임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을 경우 피해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31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사고로 사망한 배달기사 박모씨의 유가족에게 공사 발주청인 서울시가 지급한 금액은 장례비 등 5500만원이 전부다.
앞서 지난 3월24일 강동구 명일동 사거리에서는 도로 한복판에 폭 22m, 길이 18m, 깊이 16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사고로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를 지나던 박씨가 추락해 숨졌고, 도로 주변 상점들의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주유소는 시설이 파손되면서 사고 직후부터 영업을 못하고 있지만 보상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영업 손실비와 시설 파손비 등을 합하면 피해금액이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장 주변 다른 소규모 상점 두 곳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협의해 시설물 피해에 한해 지원을 받아 영업을 재개했다. 두 상점 역시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서울시와 강동구청, 대우건설 등은 사고의 책임소재가 규명되지 않아 추가 지원이나 보상을 논의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1월 초로 예정된 국토교통부의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최종보고서 내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최종보고서 등을 통해 책임소재가 명확히 가려질지는 불투명하다. 사조위는 12월3일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에서 “자연재해와 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라며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최종보고서와 경찰 수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같은 결론으로는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우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장은 “과거 유사사례를 보면 수사에서도 증거불층분 등으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관계당국이 직무유기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측은 “(사조위 발표에는)공사 중 발생한 결격사유나 시공상의 문제가 나오지 않아 귀책 사유가 없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구청은 “확정된 최종 보고서를 받으면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최종보고서를 받은 후 영조물 배상(1억한도) 등의 보상 지원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결국 개별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아야 하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고로 오빠를 잃은 박수빈씨(32)는 “사조위 결과를 기다렸지만 아직도 피해 보상을 호소할 곳조차 명확하지 않은 현 상황이 참담하다”며 “배달 일을 하다 도로에 구멍이 생겨 사망했는데, 오빠 잘못이 아니라는 걸 소송이라도 해서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충희씨(65)는 “주유소가 위험물 저장 시설인 만큼 바닥갈라짐 등의 징후가 발견돼 사고 전 민원을 넣어도 소용이 없었다”며 “사고가 난 후 지금까지도 관련기관과 기업 모두 책임에 대해 말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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