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대통령 기록물 파기 혐의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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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항소 방침을 정했지만 박철우 중앙지검장이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지휘 라인에 있는 부장·차장 검사 결재까지 받았는데 결정권자인 박 지검장이 보완 지시를 내린 뒤 항소 시한을 하루 앞둔 1일까지 결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지검장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때도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있으면서 항소 포기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해 사건 1심 무죄가 나오자 “사실상 조작 기소”라며 항소 포기와 함께 수사 검사들 감찰까지 요구했다. 사실상의 수사 지휘로 매우 부적절한 것이지만 검사들로선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수사팀 검사들이 항소 방침을 정한 것은 그만큼 1심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판결 내용 중엔 그런 부분이 적지 않다. 2020년 9월 사건 발생 이후 국방부·국정원이 삭제한 문건이 5000건이 넘는다. 은폐 목적이 아니라면 왜 그랬겠나. 당시 청와대 비서관들이 “이게 덮을 일이냐.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하나”라고 반발했다는 진술도 있다. 해경청장은 수사팀의 반대에도 “월북이 맞다”고 밀어붙였고,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오자 “난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경우 검찰은 항소한 뒤 증거를 보완해 다퉈왔다. 판사도 증거 판단에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권은 피살된 공무원 유족들의 정보 공개 요청조차 거부하고, 관련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했다. 유족들은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만약 항소를 포기한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작년 11월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해 대장동 일당에게 수천억원을 챙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당시에도 수사팀은 항소하려 했으나 법무장관·차관 등의 압박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검사들이 집단 반발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항의 성명을 주도한 검사장들을 강등·좌천시켰다. 정권 입맛에 맞게 수사와 재판을 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아무리 외압이 쏟아져도 수사 중립은 법치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의무다. 검찰이 또 정권에 굴복하면 역사에 죄 짓는 일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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