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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골든타임 지켜라”…장기 이식 1초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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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이식 연중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시간 길어질수록 기능 떨어져

    적출 결정되면 헬기까지 동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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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는 불의의 사고로 이달 26일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진으로부터 뇌사자 장기 기증에 대한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고민 끝에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이후 A 씨의 혈액 샘플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검사실로 보내졌다. 먼저 시행되는 것은 HLA 항원 검사와 감염표지자 검사다. 각각 약 4시간이 소요되는 이 검사는 장기이식의 출발점이다. 조직형이 얼마나 맞는지, 이식 후 감염 위험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의료진은 장기 기능 유지를 위해 혈압과 체온 등 각종 수치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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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검사 결과가 확보되면 정보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로 전달된다. 이후 본격적인 매칭 절차가 시작된다. KONOS는 전국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을 토대로 1차 후보군을 추린 뒤 KODA에 전달한다. 그리고 CDC 교차시험과 유세포 교차시험이 이어진다. 뇌사 기증자 한 명을 기준으로 장기별로 많게는 40명의 대기자가 동시에 검사 대상에 오른다.

    교차시험은 장기이식 대기자의 혈액과 뇌사 기증자의 혈액을 직접 반응시켜 이식 후 거부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검사다.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야만 이식이 가능하다. 병원 당직실에서는 결과를 기다리는 담당자가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누군가는 다시 대기 명단으로 돌아간다.

    교차시험을 통과한 명단이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에 게시되면 1순위부터 실제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장기마다 상황은 다르다. 심장·폐·췌장·간처럼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이 없는 장기는 이식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반면 신장은 투석이라는 대체 수단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이식 대상자로 선정되고도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다만 환자가 감염병에 걸렸거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진 경우에도 수술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약 8년간 신장이식을 기다리던 환자는 배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수술을 포기했다. 환자는 음성이었지만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상태이고 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경우 잠복기에 있던 코로나가 발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이식은 ‘순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수술을 견딜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과가 항상 이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간 적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수혜자 대기 병원의 의료진이 뇌사 기증자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가 개복 후 간 상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적출을 포기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 파견됐던 의료진은 “간 조직 검사 결과 이식수술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이런 부분은 피검사나 사전 영상 촬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제 개복해 장기를 직접 확인한 뒤에야 판단이 가능한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증 장기와 수혜자가 확정되자 수술실 복도에는 ‘생명 나눔 울림길’이 조성됐다. 뇌사 장기 기증자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중환자실을 떠나 수술실로 이동하는 길이다.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복도 양쪽에 도열해 기증자의 숭고한 마지막 희생을 추모했다. 수술실 안에서 추모사가 낭독되는 동안은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증자와 가족을 향한 예우의 순간이다.

    수술실 안은 분주했다. 뇌사 장기 기증자의 장기를 받아갈 여러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누군가는 적출 시간을 확인했고 누군가는 수술실 밖에서 대기했다. 각 의료진은 자신이 맡은 장기의 상태와 이동 계획을 다시 점검했다.

    장기 적출 현장은 하나의 수술실이지만 그 안의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지 않는다. 장기마다 ‘골든타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장은 산소 공급이 끊긴 뒤 약 4시간, 폐는 8시간, 간은 12시간, 신장은 최대 24시간까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가 체외에 노출돼 혈류가 끊긴 상태가 길어질수록 이식 후 기능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적출 현장에 들어오는 의료진의 움직임과 긴장도는 장기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심장이식팀에 시간은 곧 생명이다. 적출이 결정되면 헬기까지 동원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수술실 안에서도 가장 먼저 들어와 빠르게 움직인다. 반면 신장이식팀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투석이라는 대체 수단이 있고 허용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런 온도 차는 때로는 오해로 이어지기 쉽다. 누군가는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고 누군가는 비교적 여유 있어 보일 수 있어서다. 현장에 참여한 의료진이 서로의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기 쉽다. 적출 현장은 그래서 기술만큼이나 배려와 이해가 요구되는 공간이다.

    적출 수술은 실제 살아 있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마취과 전문의가 마취를 진행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수술이 끝난 뒤 의료진은 절개 부위를 봉합하고 기증자의 몸을 깨끗이 닦은 뒤 새 옷을 입힌다. 이후 수시포라 불리는 천을 덮어 인도한다. 가족이 지정한 장례식장까지는 병원 측이 앰뷸런스로 직접 모신다.

    수술실 안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의료진에게도 이식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이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젊었을 때보다 수술을 더 많이 하면서 기술은 분명히 좋아졌다”면서도 “그럼에도 할수록 환자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싶은 무서운 마음은 더 커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부하고 수술할 때는 다 아는 것 같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진다”며 “경험이 적을 때는 ‘그냥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쌓일수록 수술 하나를 앞두고도 여러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런 고민의 무게가 쌓인 끝에 누군가는 이식 대상자로 선정된다. 신장이식 수혜자인 B 씨는 2017년 1월부터 투석을 시작했다. 이식 대기 기간은 약 9년에 달한다. 그는 과거 한 차례 이식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수술이 무산돼 다시 퇴원한 경험도 있다. 그는 “그때 준비를 다 했는데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며 “이번에 다시 이식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B 씨는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했다. 장기간 이동이 어려워 긴 여행은 불가능했다. 그는 이식수술을 받고 회복하면 가장 먼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B 씨는 “이미 인체 조직 기증 희망 등록을 마쳤지만 나중에 건강을 온전히 회복하면 장기 기증 희망 등록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다렸던 시간만큼 누군가의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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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수 기자 sy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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