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상속세 소송서 국세청 손 들어줘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자산가 A씨 유족들이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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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A씨 사후 유족들이 재산 상속에 따른 상속세액 1024억여 원을 신고한 뒤, 서울지방국세청과 감사원을 거쳐 70억여 원의 추가 세금을 내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유족들은 A씨가 사망한 후 2016년 상속세 과세표준 2057억7100만원을, 상속세 1024억2600만원을 신고했다. 유족 측이 신고한 상속 재산 가액에는 A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5년 10월 29일 말레이시아 에너지 회사인 B사 주식을 팔면서 받은 매각 대금 3648만3000엔, A씨가 갖고 있던 C주식회사의 1291억8127만원어치 주식, 일본 은행 계좌 속 예금 12억900만원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A씨의 B사 주식 매각 행위가 ‘조세 회피를 위한 가장 매매’라고 보고 이미 거래된 B사 주식의 가치 278억8300만원도 상속 재산 가액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B사 주식을 사들인 회사가 조세 회피처인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에 급조한 유족들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점, A씨는 주식 매각 계약 다음 날 병원에서 심정지 증상을 보이는 등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A씨가 갖고 있던 1291억원 상당의 C사 주식에 대해 국세청은 ‘국가에 갚아야 할 채무’에 해당돼 주식의 순자산 가치가 없다고 보고 유족들이 신고한 것에서 세액을 일부 줄였으나, 감사원 지적에 따라 상속 재산 가액에 930억9088만5000원을 반영했다. 최종적으로 국세청은 유족들의 상속세 과세표준을 2094억8000만원으로 고쳤고,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94억2935만원으로 신고 당시보다 70억여 원 늘어난 것이다.
상고심에서의 쟁점은 A씨 사망 약 한 달 전 이뤄진 B사 주식 매각 행위가 가장매매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2심은 B사 주식을 거래한 게 가장매매라고 인정하지 않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매매 계약이 위조된 것은 아니고, 계약 당시 A씨의 인지 능력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또 유족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미흡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가 단지 주식 매매계약과 관련해 사법상 효력 유무를 다투는 취지로만 받아들였다”며 “사법상 효력이 유지된다고 했을 때 다음 수순으로 주식 매매계약이 조세회피에 해당하는지, 이에 따라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인지 아무런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아 심리가 미진했다”고 했다. 실질과세 원칙이란 과세 대상이 되는 재산 등이 명의자와 다른 제3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될 경우, 실질 귀속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국세기본법상 원칙이다. B사 주식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가장매매로 A씨 사망 직전 유족에게 귀속됐는지 여부를 따져봤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의 핵심인 셈이다.
이 밖에도 대법원은 A씨가 입원 상태에서도 주식매매를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문제가 된 주식 매매계약에 조세회피 목적 외 합리적인 이유·동기가 존재했는지, B사 주식 가액이 1주당 1달러로 다소 이례적으로 산출된 경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추가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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