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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이슈 애니메이션 월드

    아이들 뮤지컬인줄 알았는데… 자녀 손잡고 간 어른이 ‘폭풍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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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기 다룬 창작 뮤지컬 3편

    조선일보

    뮤지컬 ‘긴긴밤’의 무대 위, 바다를 향해 떠나는 코뿔소와 펭귄의 여정은 마치 성장기를 통과하는 자식과 부모 이야기의 은유 같다./라이브러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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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길었던 밤이 있었지. 어떻게 그 밤 다 견딘 걸까….’

    지구상 단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아기 펭귄이 함께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의 끝, 둘은 함께 통과해온 시간들을 떠올리며 노래한다. 뮤지컬 ‘긴긴밤’의 피날레,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한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마치 조용한 합창처럼 들려온다. ‘왜 날이 밝아도, 긴긴밤은 계속될까요. 아직 난 모르겠어요. 살아남아야 한단 거요….’ 아기 펭귄이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면 객석은 그대로 눈물바다다.

    ‘긴긴밤’뿐이 아니다. 체구는 작은데 생각은 많아 쓸모가 없다며 버려진 아기 암사자가 떠돌이 사자들과 무리를 구하는 ‘푸른 사자 와니니’, 화려한 아역 스타였던 과거를 잊은 채 따돌림에 시달리는 열여덟 살 ‘말리’가 열한 살 소녀인 자신을 만나는 ‘말리’…. 상상 못할 고난을 통과하며 몸과 마음의 키가 한 뼘씩 자라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가 아이들 손잡고 함께 공연을 보러 간 어른들까지 위로하고 있다. ‘긴긴밤’은 50만부, ‘와니니’는 100만부 넘게 팔린 아동·청소년 소설 원작. 연기와 노래 빼어난 어린 배우들이 주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는 것도 공통점이다.

    ◇마라맛 세상 위로하는 순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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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브러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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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1일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드림’에서 두 번째 시즌을 개막한 ‘긴긴밤’은 초연부터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각광받았다. 원작은 아이들 읽어주려 펼쳤다가 어른이 ‘폭풍 오열’하는 걸로 유명한 작품. 그 공감력이 라이브 무대의 힘으로 한껏 증폭된다.

    초연부터 참여한 설가은(16) 양과 앙코르 공연부터 합류한 최은영(12) 양에 더해, 이번 재연부터 함께하는 임하윤(12) 양까지, 뮤지컬 ‘마틸다’에서 주인공 ‘마틸다’를 연기했던 어린 배우들이 주역인 아기 펭귄 역할을 함께 맡은 것도 화제였다. 설가은 양은 올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에서 ‘긴긴밤’의 펭귄으로 여우주연상,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딸 ‘리디아’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최연소 후보 기록을 세웠다.

    ◇아이들 성장 서사, 어른에게도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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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난한 초원에서 굳센 어른으로 성장하는 ‘푸른 사자 와니니’ /에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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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는 창작 초연 뮤지컬로는 드물게 대극장에서 첫발을 딛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1월 노원예술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마치고 5월엔 마포아트센터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사자가 주인공이라 디즈니 애니메이션·뮤지컬 ‘라이언킹’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난관. 창작진은 주저함 없이 정면 돌파한다. 사자와 하이에나 등 동물은 가면이나 퍼핏(puppet) 없이 아프리카 전통 복식을 응용한 무대 의상과 몸짓 언어로 표현된다. 무대는 대극장의 깊이를 활용하고 조명·영상·음향의 도움을 받아 근경부터 원경까지 광활한 초원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특히 어린 사자 ‘와니니’와 ‘말라이카’ 역 아역 배우들의 노래와 춤은 놀라움 그 자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을 만든 김혜성 음악감독의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래들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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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아역 스타였으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평범한 18세로 살아가는 '말리'는 과거로 돌아가 11세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치유와 성장에 관한 마법 같은 시간 여행 이야기. 2023~24년 뉴욕에서 현지 리딩 쇼케이스를 마친 뮤지컬. /주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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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말리’는 2022년 서울 트라이아웃 공연 뒤 미국 뉴욕에서 영어 버전 낭독 쇼케이스 공연을 통해 현지 창작진들의 손길로 다듬어 다시 우리 관객을 만난다.

    어린 시절을 만나는 마법 같은 시간 여행을 통해 아픈 상처와 고통을 겪으며 성장해온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가족도 화해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 걸그룹 ‘f(x)’의 루나, ‘우주소녀’ 박수빈과 함께 ‘템플’ ‘라흐 헤스트’ 등 공연의 주역으로 호평받아온 배우 김주연이 출연한다.

    ‘라이언킹’ ‘프로즌(겨울왕국)’ ‘위키드’ 같은 성장 서사는 브로드웨이에서도 늘 뮤지컬 흥행 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어른까지 위로하는 소년·소녀 성장 서사 뮤지컬의 인기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나 아기들이 등장하는 예능처럼, 마라맛 세상살이에 쉼표가 되는 무해하고 순한 맛의 문화 콘텐츠 유행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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