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가해자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실제 대화 내용. 익산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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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하는 사이를 방해하느냐.”
지난 1월20일 오전 전북 익산시의 한 농협 지점에서 70대 여성 A씨가 출동한 경찰관들을 향해 던진 말이다. 지적장애 2급인 A씨는 당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만난 이른바 ‘얼굴 모르는 연인’에게 대출금 등을 포함해 1000만원을 송금하려던 참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A씨의 자산을 지켜낸 것은 익산경찰서 평화지구대 소속 고은성 순경과 조성훈 경사였다.
사건은 이날 오전 9시12분쯤 “예금을 찾으려는 할머니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수상하다”는 농협 직원의 신고로 시작됐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씨가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장기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뢰 관계를 쌓아온 정황을 확인했다. 가해자는 금괴 사진을 보내며 “5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며 투자를 제안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주변과의 접촉을 차단하려 했다.
경찰이 마주한 가장 큰 난관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본인의 완강한 거부였다. A씨는 송금 목적을 “생활비로 쓸 돈”이라고 설명하며 사기 가능성을 부인했고 경찰의 개입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고 순경과 조 경사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약 30분 동안 A씨 곁을 지키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로맨스 스캠 범죄 수법을 차분히 설명하며 설득을 이어갔다.
긴 대화 끝에 A씨는 결국 송금을 멈췄다. 경찰은 이후 A씨를 가족에게 안전하게 인계해 추가 피해 가능성까지 차단했다. 고은성 순경은 “사기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설득해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노린 범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막아낸 로맨스 스캠 범죄는 전북 지역에서만 최근 1년 사이 급증했다.
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 발생 건수는 2024년 76건에서 2025년 313건으로 약 4.1배 늘었다. 과거에는 통관비나 항공료 명목의 소액 요구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금이나 가상통화 투자를 내세운 ‘투자 사기 결합형’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경찰은 “온라인으로만 접촉한 상대가 금전을 요구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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